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한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다. 지난달 28일 외교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힌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기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중을 더욱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피해 할머니들과 만나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며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김복동 할머니를 깜짝 문병했다. 이 자리에서도 같은 뜻을 전하고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외교부는 이날 참석하지 못한 할머니들은 강경화 장관이 비공개로 직접 만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정부는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마무리한 뒤 내부 협의를 거쳐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전 후속 대책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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