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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철새 몰려와 조마조마했는데…” 포천 AI발생지역 계란반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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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철새 몰려와 조마조마했는데…” 포천 AI발생지역 계란반출 통제

입력
2018.01.04 15: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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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계란수집차량 출입 차단

환적장 통해서만 주 2회 반출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 현장에서 한 방역요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 현장에서 한 방역요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 출입구에 통제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해당 농장은 전날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간이 검사 결과 AI양성 반응이 나왔다.
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 출입구에 통제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해당 농장은 전날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간이 검사 결과 AI양성 반응이 나왔다.

“최근 철새 떼가 마을 저수지를 까맣게 뒤덮을 때가 많아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올 겨울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 마을의 주민 김모(71ㆍ여)씨는 이렇게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입구 방역소독소에선 출입제한선을 친 채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었다. 적막감이 감도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10여명의 방역요원들이 AI 발생 산란계 농가의 닭을 살처분하느라 분주했다. 현장에서 만난 포천시의 한 공무원은 “겨울마다 되풀이되는 AI에 농가와 공무원 모두 망연자실 상태”라고 말했다. 마을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자 드넓게 펼쳐진 강포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철세 떼가 몰려드는 곳이어서 이번에도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포천시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농림축산식품부 정밀조사에서 정읍ㆍ고창 등 9개 농장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같은 고병원성 H5N6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가 있는 마을 입구에 방역 초소가 운영되고 있다.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가 있는 마을 입구에 방역 초소가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이 농가는 2016년 11월에도 포천에서 최초로 AI가 발생해 사육 중인 닭 23만1,500마리를 살처분한 곳이다. 지난해 8월 가까스로 다시 문을 열었는데, 5개월여 만에 재앙이 몰아 닥친 것이다. 포천시는 해당 농가와 반경 500m 이내 2개 농가 가금류 31만2,500마리는 이날 중으로, 3㎞ 이내 11개 농가 27만1,500마리는 5일까지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완료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 포천시는 전국 최대 산란계(알 낳는 닭) 주산지인데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둔 강원도와 맞닿은 지역이라 방역 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일단 이 곳의 계란 반출을 주 2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포천시에 임시 거점 환적장을 설치하고, 환적장을 통해서만 계란을 반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은 중간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농가를 방문해 자유롭게 계란을 수집ㆍ매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환적장을 통해서만 공급받게 된다. 이는 계란수집차량의 농가 출입을 원천 차단해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사실 계란수집차량이나 사료차량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에 발을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차량을 통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농가들도 ‘간접 접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포천시 영북면 농가를 방문한 축산차량들은 최근 다른 지역 농가 44곳을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이동중지명령을 넘어 계란 반출 제한이란 처방을 들고 나오면서 계란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제2의 계란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반출 제한은 횟수가 감소하는 것일 뿐 출하량을 줄이는 것은 아닌 만큼 현재 5,000원 중반인 계란 한 판 가격은 관리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천=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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