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故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 등이 참석했다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제작사 직원, 계약직, 프리랜서, 용역 업체 직원은 모두 ‘노동자’입니다. 당연히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그간 드라마 제작 현장이 관행과 업계의 특수성이 강조된 나머지 노동법의 예외 지대처럼 여겨졌다며, 노동법의 ‘사각 지대’가 ‘예외 지대’로 고착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시 50분께 경기 안성시 일죽면 ‘화유기’ 세트장에서 천장이 무너져 샹들리에 설치를 하던 MBC아트 소속 소도구 담당 직원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노조가 밝힌 사고 발생 및 진행 경과에 따르면 당시 소품팀은 당일 업무를 종료하고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때 ‘화유기’ 제작사인 JS픽쳐스 이철호 미술감독이 피해 직원에게 샹들리에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샹들리에 설치는 당초 계획에 없었던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은 천장에 올라가 작업을 시작했고, 이 때 천장을 이루고 있던 목각재 및 면이 파손됐다. 이 직원은 엉덩이 부분부터 V자 형태로 추락했고, 이 과정에서 척추와 머리에 큰 충격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척추 골절로 인한 하반신 마비와 두부 충격으로 인한 두개강 내 뇌출혈 증상을 진단 받았다. 같은 달 26일 허리골절 치료를 위한 수술이 진행됐으며 3일 오후 이 피해 직원은 상태 호전으로 일반 병실로 이동된 상태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사고가 무리한 편성에 따른 장시간 노동의 반복과 계약 내용에 없는 무리한 작업 요구가 빈번하게 이어지는 것이 원인이 돼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현장 조사 영상에는 촬영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나무 사다리와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난 천장 등이 담겨 있다. 근로감독관은 현장 조사 후 사고 위험이 있는 나무 사다리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천장에서 하는 작업 역시 모두 금지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MBC아트 스태프는 “사고 당일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작업을 했다”며 “‘그만 하고 들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와 정리를 끝냈다. 그러다 감독이 샹들리에를 봐 달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연장을 챙기고 작업에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피해 직원이) 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장이 ‘쿵’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V자 형태로 엉덩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리가 경직된 듯 했다. 바로 119에 신고를 했고, 이후 계속 다리 마사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 된 '화유기' 현장 조사 영상 일부
언론노조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알려진 것과 달리 ‘화유기’의 제작 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사건의 본질은 방송 제작 환경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CJ E&M은 tvN의 이한빛 PD가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뒤 열린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서 방송 제작 환경과 문화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당시 CJ E&M은 방송 제작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적정 근로 및 휴식 시간 등 포괄적인 원칙을 수립하고 외주사와 스태프 간 계약을 할 때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며, 근무 환경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고충 처리를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CJ E&M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따라서 CJ E&M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 또한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재 제작하고 있는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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