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신 “한반도 초긴장 근원은 美 적대시 정책”
대남 비난은 김정은 신년사 뒤 매체서 사라져
“南당국, 외세의존 정책과 빨리 결별해야” 촉구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사된 북한의 대남ㆍ대미 분리 대응 전략이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남측에만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지금 조선반도(한반도)는 언제 열핵전쟁으로 번져질지 알 수 없는 초긴장 상태”라며 “이러한 사태는 전적으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반도 긴장 격화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통신은 “지난 한 해 미국의 집권자와 그 하수인들은 우리 공화국을 극도로 적대시하며 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왔다”며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지난해 진행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거론했다. 아울러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등을 비판하면서 “이 모든 것으로 하여 한반도에서는 전쟁 위기가 언제 한 번 가실 줄 몰랐으며 오히려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고 성토했다.
통신은 또 “미국은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긴장 격화 책동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강력한 힘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에 순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반면 대남 비난은 김정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남쪽을 향해 화해 메시지를 던진 뒤 북한 매체에서 자취를 감췄다. 매일같이 우리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을 ‘사대와 외세 의존’으로 규정하며 험담을 쏟아내던 행태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남쪽을 향한 비난이 주류였던 대남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에서도 새해 들어 대남 비난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호칭도 변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대독 형식으로 3일 표명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다. 북한이 공식 발표나 담화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이름과 직함을 함께 호칭한 건 처음이다. 그간 북한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불러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태도 변화 촉구는 멈추지 않았다. 1일 조선중앙통신이 우리 정부를 향해 “남조선 당국은 민족적 수치를 자아내고 있는 외세 의존 정책과 하루빨리 결별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이어, 2일에도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이 “만일 남조선 당국이 새해에도 민족 자주가 아니라 외세 의존, 외세 구걸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 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조국 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한미 공조에 균열을 만들려는 의도에서라는 게 한미 일각의 판단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미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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