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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17일 간의 ‘평창 평화’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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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17일 간의 ‘평창 평화’가 중요한 이유

입력
2018.01.04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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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가 16일 동안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국제올림픽휴전센터(IOTC)의 슬로건이다. ‘올림픽 휴전’은 기원전 776년 제1회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에서 유래했다. 당시 고대 그리스에는 아테네, 스파르타 등 여러 도시국가 간 전쟁이 빈번했는데 제전을 전후해서는 싸움을 중지하기로 하고, 그리스어로 휴전을 뜻하는 ‘에케케이리아’(Ekecheiria)‘를 선언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부활한 이후에도 전쟁의 역사는 계속됐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2년 뒤 열릴 예정이었던 베를린 올림픽이 무산됐다. 1940년 헬싱키 올림픽은 1939년 발발한 2차 세계대전 여파로, 1944년 런던 올림픽은 독일군의 공습으로 취소됐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검은 9월단’이라는 이름의 팔레스타인 극좌파 무장조직이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 2명을 살해하는 참극이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졌다. 1991년에는 소련 해체로 미-소 중심의 냉전 구도가 붕괴되면서 발칸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인종ㆍ종교를 둘러싼 민족 갈등이 비극적 사태로 치달았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는 인류에 평등하다는 대전제를 설파해 내전 중인 유고 연방 출신 선수들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스포츠는 성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참에 유엔은 1993년 10월 총회에서 184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서명이 담긴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올림픽 기간에 모든 분쟁을 중지하는 ‘휴전협정’을 채택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유엔 결의는 도덕적 의무만 있을 뿐이지만 효과는 있었다. 이듬해 열린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도 개막식이 열린 그 해 2월 13일,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의 대규모 폭격으로 민간인 6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지만 당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직접 사라예보를 방문해 분쟁은 중단됐다.

나아가 남북한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 깃발을 들고 동시 입장한 것도 올림픽 휴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여름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남북 선수단은 손을 맞잡고 함께 입장했다. 근대 올림픽의 가장 큰 개가는 분단 독일의 올림픽 단일팀이다. 동독과 서독은 1956년 멜버른 대회부터 연속 세 번의 올림픽을 함께 했다. 이를 위해 200차례가 넘는 체육회담을 가지면서 풀린 앙금과 서로에 대한 이해는 통일 독일의 밑거름이 됐다. 이것이 올림픽의 힘이며, 스포츠에는 그런 신비한 마력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유엔을 방문해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11월1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평창 올림픽 개막 전 7일부터 평창 패럴림픽 폐막 뒤 7일까지 유엔 가입국은 올림픽 휴전을 지킨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면 지구상 유일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일단 17일 동안만이라도 대회 안전에 대한 국제적 우려는 해소시킬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른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술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우리정부가 남북 해빙무드의 전략적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평화올림픽만큼은 구현되어야 하는 이유다.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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