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대회가 열린 3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초등부부터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까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출전한 대표팀 선수를 비롯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들이 한 장소에 모인 대회였고, 48회째로 역사와 전통도 자랑한다.
하지만 이날 한국 빙속의 부끄러운 민낯도 볼 수 있었다. 여자 초등 1,2학년 1,500m 경기에서 오수정(사동초)양이 나 홀로 레이스를 펼쳤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두 명의 선수가 동시 출발해 기록을 다투는 경기인데, 혼자 출전했기 때문에 외로운 질주를 이어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나머지 오수정양의 코치는 긴장을 풀어주는데 집중했다.
기록은 3분27초79. 대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김지호(춘천초)의 3분4초82에 한참 못 미쳤다. 적수 없이 혼자 레이스를 펼친 상황에서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외에도 꿈나무들의 종목은 출전 선수 자체가 적어 1조 경기로만 끝났다. 여자 초등 1,2학년 500m 3명, 남자 초등 1, 2학년 500m 3명, 남자 초등 1, 2학년 1,500m 3명 출전에 그쳤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부터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딴 한국 빙속의 열악한 저변이다.
대회를 지켜본 빙상 관계자는 “국내 대회 중 규모가 가장 큰 회장배 대회는 과거에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꽉 채워 했지만 지금은 조 편성이 1개 조로 끝나는 종목도 많다”며 “이렇게 저변이 약한데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저변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