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해 결심에 결코 ‘트위터 자제’는 없었다.
새해 첫 근무일인 2일(현지시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트윗을 쏟아냈고, 논란이 발생하면 뒤치다꺼리는 지난해처럼 참모들 몫이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진 대통령의 트윗 공세가 이어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전날인 새해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게시물 3건은 몸풀기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가 ‘아서왕의 엑스칼리버’라고 비유하기도 했던 그의 트윗은 첫 공식 근무일인 이날 오전 7시9분 ‘야만적이고 부패한 이란 정권에 대해 행동하는 이란 국민들’을 상찬하고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물로 활동이 시작됐다.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우회 공격하는 두번째 트윗이 올라온 것은 39분 뒤인 7시 48분. 클린턴의 보좌관이었던 후마 에버딘이 기본적 보안절차도 지키지 않고 기밀사항을 외국 정보요원에게 넘겨줬다는 미국의 한 보수성향 매체 보도를 근거로 “에버딘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딥스테이트(반 정부주의자의 배후세력)’인 법무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보겠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과 (러시아 스캔들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지켜보겠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첫 트윗부터 오후 1시 11분 미국 재향군인들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내용까지 6시간 남짓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트윗글은 모두 10개. 북한, 세제개혁, 항공안전, 불법이민청년(드리머) 등 국내외 이슈가 망라됐다.
에버딘에 대한 의혹제기, 법무부에 대한 불신,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한 평가 등 대통령이 논란이 될만한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호오(好惡)를 트위터로 거침없이 표출하고 나면, 수습은 참모들 몫. 이날 오후도 새해 첫 정례브리핑에 나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뒤치다꺼리를 맡았다.
30분 남짓한 질의응답 시간 동안 질문은 대통령 트윗에 집중됐다. “10만명이 넘는 법무부 직원들이 대통령을 음해하는 딥스테이트 일원이라고 생각하느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핵단추’를 언급했는데 제재와 압박이 북한에 ‘큰 영향력’을 줬다는 대통령의 트윗이 무슨 뜻이냐”, “이란의 체제를 뒤엎겠다는 거냐”등 공세적 질문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샌더스 대변인은 “(법무부 수사에 대한 언급은)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얘기”,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는) 북한에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하겠다는 얘기”라는 식으로 원론적으로, 혹은 노련하게 빠져나갔지만, 덕담으로 화기애애해야할 새해 첫날 브리핑룸 분위기는 더 이상 아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연휴가 끝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읽은 책 목록을 공개했지만, 45대(트럼프) 대통령은 독서보다는 트윗과 골프로 알려진다”며 “2018년 백악관 업무 개시일에 (대통령 트윗으로 야기된) 얼룩을 청소하는 일은 샌더스의 몫이었다”고 평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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