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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처럼 구겨진 버스, 생명벨트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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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처럼 구겨진 버스, 생명벨트가 살렸다

입력
2018.01.03 17: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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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추락 뒤 27m 굴렀지만

4명 중상ㆍ18명 경상에 그쳐

계곡 나무도 버스 충격 줄여줘

일부 장병 안전띠 미착용 확인

軍 “부상 관련 단언 못해” 변명

지난 2일 22명의 부상자를 낸 양구군 방산면 군용버스 추락 사고 현장에서 3일 군 수사기관의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지난 2일 22명의 부상자를 낸 양구군 방산면 군용버스 추락 사고 현장에서 3일 군 수사기관의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강원 양구군에서 발생한 제21보병사단(백두산부대) 훈련병 버스 추락사고가 사고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적었던 것은 안전벨트와 계곡에 있던 나무 덕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 가지 요인이 충격을 덜어줘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3일 군 수사당국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6분쯤 양구군 방산면 도고터널 인근 450번 지방도에서 추락한 버스는 맞은편 차로의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뒤 5m 아래 계곡으로 굴러 떨어졌다. 버스는 27m 가량을 더 구른 뒤 가까스로 멈췄다. 차량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앞 바퀴 축이 빠지는 등 크게 훼손돼 4명이 중상, 18명이 경상을 입었으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추락 당시 안전벨트를 맸던 훈련병들은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고 자력으로 차량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한 목격자는 “버스가 30m 가까이 경사지를 굴러 추락하는 과정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유리창 밖으로 튕겨져 나와 사망자가 다수 나왔을 지 모른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실제로 전문 연구기관은 교통사고 시 안전벨트의 착용여부에 따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사고 치사율(100명당 사망자 비율)은 2.4%로, 착용했을 경우(0.2%)에 비해 사망확률이 10배 이상 높았다. 2012년 5월 양구군 해안면 을지전망대 인근에서 발생한 대전 모 중학교 수학여행 버스 추락과 지난해 3월 중앙고속도로 금오공대생 버스 추락사고에서도 탑승자 전원이 안전벨트를 매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또 훈련병을 태운 사고 버스가 계곡 아래로 구르는 동안 계곡에 있던 나무 10여 그루와 잡목에 부딪치면서 충격이 다소 줄었던 것도 참사를 막아준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육군 21사단 관계자는 “버스가 추락한 지점에 큰 바위가 없었던 데다 작은 나뭇가지 등에 걸리면서 충격이 줄어들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락버스 탑승자 가운데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장병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육군 규정에는 ‘차량 운행 책임자는 탑승병력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군 당국은 “인솔자가 차량 출발에 앞서 안전벨트를 매라고 지시한 뒤 착용을 확인했는지를 조사 중”이라며 “다만 안전벨트 착용 여부가 장병들의 부상 정도를 갈랐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혀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한편 군 헌병대는 이날 양구경찰서와 도로교통공단의 협조를 얻어 20m 가량의 스키드 마크(타이어 자국) 확인 후 차량속도 계산, 차량 제동장치 점검 등 현장 조사를 벌였다. 군 수사당국은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았음에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버스 운전자와 선탑자의 진술을 토대로 차량 결함 등 사고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육군은 전 부대 일제 차량점검에 나서는 등 사고 재발을 위한 후속조치에 나섰다.

양구=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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