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한 지 반년 만에 자진 철회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KB증권은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을 재검토하게 됐다”며 “시장 환경을 보고 이른 시일 내 다시 단기금융업 인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KB증권은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고, 지난달 13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안건을 상정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증선위에 재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자진 신청 철회로 KB증권이 추진하는 초대형 IB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KB증권의 전신인 옛 현대증권 시절(2015년 4월)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영업정지’(2016년 5월 26일~6월 27일) 중징계를 받은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제재 때문에 결국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 작용해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일단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형상 금리인상 기조로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금리인상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던 일”이라며 “10일 증선위에서 인가 나는 것이 힘들 것으로 보이자 철회해 곤란한 모양새를 피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KB증권이 올해 6, 7월은 돼야 단기금융업 인가를 재신청할 걸로 내다봤다. 현행 규정상 금융회사가 일부 영업정지 처벌을 받은 경우, 제재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2년 후부터 신규 사업을 인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의 신청 철회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발행어음업이 가능한 두번째 초대형 IB 타이틀은 NH투자증권이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증선위에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인가 심사의 발목을 잡았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청탁 혐의는 최근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한편 초대형 IB 5곳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주주로 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으로 심사가 보류됐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