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국내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화가 많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을 띄우면서 시작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급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스하키협회는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땀 흘려온 선수들과는 어떤 교감도 없었다. 북한에 엔트리(23명)의 일부를 줄 경우 하루아침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수도 있게 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충격이 더욱 컸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실력 차가 크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당시 아이스하키 관계자들은 “언제까지 정치인들 의욕에 스포츠가 놀아나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털 사이트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의견은’이란 설문에서 반대 의견이 90% 가까이 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자 단일팀 추진은 결국 흐지부지 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맞물려 또 한 번 ‘정치적 고려’에 의해 단일팀 구성이 논의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일 라디오에서 “피겨 단체전(팀 이벤트)이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 등 네 종목인데 그 중에 우리(한국)는 남녀 싱글, 아이스댄싱이 있는데 페어가 없고 북한은 페어에서 참가 자격을 얻어 절묘하다”며 단체전 단일팀 구성을 시사했다. 북한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는 지난 해 자력으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땄지만 지난 해 말까지 참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이 티켓이 일본에 넘어간 상황이다. 이들이 남북 단일팀 일원으로 나올 경우 평창행을 꿈꾸며 구슬땀 흘려온 한국의 김규은-감강찬 페어 조가 날벼락을 맞게 된다.
북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평창올림픽에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특별출전권(와일드카드)을 줄 경우 북한 대표로 나오면 된다.
스포츠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건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세계청소년축구 등 두 번이다. 당시에는 탁구, 축구의 남북 실력이 엇비슷했다.
탁구는 남북한 각각 11명(남 6명, 여 5명) 등 22명이 모두 출전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선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축구는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두 차례 평가전을 열어 남북 각각 9명씩 18명을 선발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평창에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 대의도 좋고, 26년 전 단일팀 ‘코리아’가 안겨준 ‘작은 통일’의 감동도 대단하지만 단일팀은 물리적으로 남북 선수를 합쳐놓기만 한다고 꾸려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해당 종목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 돼야 하고 남북이 치밀하게 협의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 평창올림픽 개막(2월 9일) 까지는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다. 1991년 남북단일팀 멤버였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그 때는 세계선수권이었고 지금은 올림픽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경기력에서 당연히 시너지가 나야 한다. 또 억울한 선수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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