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ㆍ향가연구가ㆍ시인…
“시상식 3일전 별세 시어머니와
도와준 이웃에 글로써 보답”
“팩트가 생명인 기자가 시라는 창작의 영역에 도전한 데 대해 ‘욕심이 과하지 않냐’는 소리도 들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이해한다. 언론인으로서, 문학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정진하겠다.”
김희동(50ㆍ사진)씨는 지난달 발표된 제6회 경주문학상 운문부분 수상자로 선정됐다. ‘창호지를 바르는 날’이란 시를 통해서다. 그는 또 지역 일간지에서 근무하는 12년차 현직 기자이기도 하다.
그가 심사위원들로부터 “우리의 전통창문인 창호를 바르는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접목시킨 시적 구성이 좋았다”며 “평범한 소재를 범상치 않게 직조하는 시적 기술이 돋보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해가 짧아지는 늦가을에, 부모님이 겨울채비를 위해 문짝에 창호지를 바르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시로 표현했다. 묵은 시간의 흔적을 떠올리며 기억의 도화지에 풀을 머금은 팽팽한 창호지에 고운 빛깔로 고른 단풍잎, 치자 잎을 정성스레 올리는 모습을 글 속에 녹였다.
김씨는 전통 향가시인이면서 향가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향가연구가이기도 하다.
그가 향가에 빠진 것은 2013년 기자로서 경북의 혼 ‘화랑도 정신’을 취재하면서부터다. 향가와 화랑도에 매력을 느끼다 뒤늦게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부 때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전혀 생소한 분야는 아니었지만,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남들보다 2배 이상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해 8월 ‘신라 향가에 나타난 화랑정신 고찰’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한 사물에 비유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고 말을 거는 시의 작업은 창호지 바르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며 “그 문으로 달빛이 비치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면 비로소 제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 3일을 앞두고 시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시어머니의 빈소에 ‘구절초 피다’는 시를 바쳤다. 그는 “시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였다”며 “이번 상을 시어머니의 마지막 선물로 여기고 글로써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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