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일ㆍ전종수도 거론
3일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재개 제안에 전격 화답하면서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 간 협상에 북측이 어떤 인물을 대표로 내세울지 관심이 집중된다. 남북대화가 단절됐던 지난 2년간 북한의 대남라인이 대폭 교체된 만큼, 새롭게 나서는 북한 인사들의 면면에 따라 남북대화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은 이날 발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포함한 실무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의제의 대략적인 범위를 실무 차원으로 맞췄다. 우리 정부가 전날 남북 고위급 대화 제의 때 “북측에서 나름대로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와 장소, 형식을 (다시) 제안해 올 경우 긍정적인 입장에서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점까지 종합해 보면, 장관급 협상보다는 격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실무 협상은 차관급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날 우리 측 회담 제안 수용 입장을 발표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이 협상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리 위원장은 인민군 중장 출신으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오른팔로 꼽힌다. 과거 조평통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단체라는 점 때문에 남북당국회담 때마다 통일부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단절됐던 지난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조평통이 국가 기구로 격상돼 더 이상 이런 논란은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리 위원장이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만큼 과거 김양건 전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라인 때와는 북한 대표단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측 사정에 좀 더 능통한 인사들을 우선한다면 김양건 체제 때부터 대남 라인의 중추 역할을 했던 조평통의 맹경일ㆍ전종수 부위원장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맹 부위원장은 2015년 평양을 방문한 이희호 여사를 공항에서 영접할 정도의 핵심으로 꼽히고, 전종수 부위원장 역시 2000년대 초부터 남북당국회담에 참여할 정도로 우리 측 사정에 밝은 인사로 통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실무로 대화를 한정하면 차관급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그 이상의 고위급으로 가져가면 부담이 되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과 이산가족 등 분야별로 실무협상을 진행한 뒤 차차 장관급 이상으로 높여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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