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2016년 12월 거래가격(10억~11억2,000만원)에서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아이파트 전용면적 84㎡도 같은 기간 7억5,500만원에서 8억9,900만원으로 1년 새 20%나 뛰었다. 반면 중랑구 상봉동의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전용 111㎡는 1년 동안 거래가격(7억1,000만원→7억3,500만원)이 3.5% 오르는 데 그쳤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정부가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인기지역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오르는 곳만 오른다’는 똘똘한 매물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양극화만 더 심해지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2016년 12월 대비 지난해 12월 기준)은 4.69%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송파구(8.72%)였고 강남구(6.58%) 영등포구(5.82%) 강동구(5.75%) 광진구(5.6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광진구를 제외하면 모두 한강 남쪽 지역이다.
그러나 한강 북쪽 자치구의 상승률은 저조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중랑구(1.80%)였고, 강북구(2.06%) 성북구(2.29%) 동대문구(2.76%) 도봉구(2.80%) 역시 서울 평균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여섯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뒤 시장에선 오히려 가격상승 여력이 큰 매물의 인기만 더 높아지고 있다”며 “강남권과 강북권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차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될 곳만 된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져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요 지역과 다른 지역의 가격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시행을 앞둔 양도소득세 중과나 도입을 검토 중인 보유세 강화 등이 이 같은 경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양도세 중과 전 대출 부담이 큰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을 정리하겠지만 이들은 서울 외곽이나 지방 매물부터 처분할 것”이라며 “이들 지역의 집값만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격상승 기대감이 큰 강남권 집은 시장에 내놓을 리 없기 때문에 양도세를 중과해도 강남권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강남권 매물이 더 귀해지며 품절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보유세가 강화되면 시세가 안 오르거나 임대수익이 나지 않은 매물은 정리를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서울 도심과 외곽 지역 간의 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정책 집행에 앞서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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