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을 깨고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는 ‘여왕벌 신드롬’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리자급 여성들이 자신의 권위를 다른 여성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 후배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3일 정한나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한국노동경제학회지에 발표한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상사 성별이 여성 근로자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사가 남성인 경우에 비해 상사가 여성일 때 여성근로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가 3.5%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근로자 비율이 25% 이상 50% 미만인 사업장(1.2%)보다 50%이상 75% 미만 사업장(5.8%)에서 여성 근로자의 스트레스가 약 4.8배 높았다. 다만 여성 근로자 비율이 75% 이상인 사업장은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관리자패널 3ㆍ4차 조사를 활용한 결과다. 3차는 341개 기업(대리급 이상 여성 2,361명), 4차는 290개 기업(대리급 이상 여성 3,279명)을 조사했다.
여성 상사가 여성근로자의 승진에 더 소극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상사 성별이 남성일 때보다 여성일 때 사원 및 대리급인 여성이 2년 이내 승진할 확률이 20.1% 낮아졌다. 그러나 과장급(3.3%)이나 차장급 이상(1.4%)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이를 ‘여왕벌 신드롬’에 빗대 설명했다. 여왕벌이 벌집 안에서 유일한 권력을 갖는 것처럼 여성 리더가 남성 중심의 조직 내에서 힘겹게 권위를 쌓아 올리게 되면, 자신의 권위를 다른 여성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거나 더 높은 인정 기준을 제시해 직장 내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 정 부 연구위원은 “여성 근로자의 경력이 높아질수록 남성다움, 터프함, 경쟁적 태도와 같은 전통적인 리더십 특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 고유의 역할 특성을 중요시하지 않게 되고 경쟁적 특성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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