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앞두고 방역 비상

호남의 오리 농가에서만 발생하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경기권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AI가 닭으로 번지면서 지금까지 지역적 발생 수준에 그쳤던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됐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 포천시의 한 산란계 농가(19만7,000마리 규모)에서 AI 의심 증상을 보이는 닭 30여마리가 폐사했다. 동물위생시험소 정밀검사 결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고, 고병원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500m 안에 위치한 농가 2곳(31만3,000마리 규모)도 살처분을 단행했다.
전남ㆍ북 지역 오리농가(고병원성 확진 9곳)를 중심으로 번지던 AI가 갑작스레 경기 지역 산란계 농가로 옮겨가며 방역당국이 화력을 집중해야 할 곳도 훨씬 더 넓어졌다. 게다가 포천시는 강원 철원군과 맞닿아 있어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도 멀지 않은 곳이다. 농식품부는 외부인 이동이 많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접 지역으로 AI가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 전역과 강원 철원군에 3일 오후 3시부터 48시간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가금농가 4만1,115곳, 도축장 11곳, 사료공장 103곳, 차량 6,926대의 이동이 멈췄다.
산란계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AI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축종이다. 당시 살처분된 가금류 3,787만마리 중 66.5%(2,518만마리)가 산란계였다. 전체 사육 규모 대비 36%가 살처분되자 산란계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졌고, 이는 극심한 계란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계란 한 판 값이 1만원에 육박하는 등 연중 내내 계란값 고공행진이 계속됐다.
특히 산란계 390만 마리를 키우는 포천시는 전국 시ㆍ군ㆍ구 중에서 산란계를 가장 많이 사육하는 곳이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농가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철새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면 산란계에서 추가 피해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은 경기, 충남, 전남, 제주 등 총 9곳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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