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에 많은 기업들 피해”
옌지 北해산물 가게 “값 두 배로” 울상
대북교역∙관광산업 실직∙폐업 늘어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투먼(圖們)시로 나가는 길목에는 30년 넘게 북한산 해산물을 판매하며 명성을 얻은 가게가 몇 곳 있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올라오는 중국산 해산물보다 훨씬 싱싱해 비싼 가격임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들른 한 곳은 더 이상 북한산 해산물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산 해산물 전면 금수를 결의한 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다른 가게의 활어조에는 북한산 털게와 참게, 바지락 등이 가득했다. 이 가게 주인은 “러시아를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랐다”고 했다. 밀수를 하는 가게들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꽤 있다”면서도 “우리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ㆍ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훈춘(琿春)에서도 최근 북한산 해산물을 거래하는 도매상들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훈춘의 한 소식통은 “북한산 해산물 수입이 금지된 직후인 9월부터는 러시아산이 비싸게 거래됐지만 요즘은 북한산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산이 러시아로 수출됐다가 중국으로 수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류상으로만 러시아를 거치거나 아예 밀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린성 투먼과 훈춘,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등 북중 접경지역 주민들 가운데에는 북한과의 교역이나 관광산업에 의존해서 생활을 꾸려가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대북 추가제재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삶의 기반이 무너진 사례가 허다하다. 강폭이 5~6m에 불과한 두만강 너머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투먼시 강변공원의 한 노점상은 “올 봄까지만 해도 북한을 배경으로 관광객들 사진 찍어주는 것만으로도 끼니 걱정은 안했다”고 했다. 옌지시정부 공산당위원회 관계자는 “설령 밀수가 이뤄진들 그 규모가 공식적인 교역이나 관광에 비하겠느냐”면서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는 투먼이나 룽징(龍井)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 직접 교류도 있고 공장도 좀 있는 편인 옌지나 훈춘의 지역경제도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단둥에선 이미 지역경제가 파탄 직전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달 26일 해관 인근에서 만난 대북사업가 딩(丁)씨는 “유엔이 북한을 제재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철강ㆍ석탄 같은 광업분야와 농ㆍ수산물 교역, 의류 수입, 관광업 등에 종사하는 단둥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두 피해를 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북중교역 종사자들이 많이 찾던 고려거리는 썰렁한 정도를 넘어섰고 북한 보따리상들로 넘쳐나던 신류(新柳)쇼핑몰에도 문을 닫는 점포들이 생겨나고 있다. 번화가인 진산다제(錦山大街)에서 만난 조선족 사업가 김모씨는 “최근 대북사업을 접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내 빌딩들의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단둥에선 새해 1,2월을 어떻게 버티느냐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한 대북소식통은 “기본적으로 물동량이 많이 줄어든데다 북한 당국이 무역 품목과 규모를 독점적으로 허가해주는 회사들을 대거 교체할 예정이고 2월 중순엔 춘제(春節: 음력 설) 연휴도 있어서 2월까지는 단둥을 경유하는 북중무역이 거의 올스톱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압록강철교가 보수공사를 마친 직후인 이날은 단둥에서 신의주로 쉴 새 없이 트럭이 이동하고 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1월 9일까지 북한 기업들이 문을 닫게 되면 사업을 접는 중국 측 파트너들도 생겨나고 일자리를 잃는 주민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하루 빨리 북중 교역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단둥 지역경제도 결국 파탄날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옌지ㆍ투먼ㆍ단둥=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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