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차주영이 진심을 더한 오열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비서들'에서는 그간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마보나(차주영 분)의 사뭇 다른 모습이 그려졌다. 절친 좌윤이(백진희 분)를 향한 질투, 한결같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청각장애인 아버지의 따뜻한 미소에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리며 꽁꽁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냈다.
마보나는 최고의 비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해왔다. 라이벌 대상이 친구 좌윤이라는 것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좌윤이를 도발하면서까지 자신의 보스 조전무(인교진 분)을 부사장 자리에 올리고 싶어했다.
조전무는 예상하지 못한 남치원(최다니엘 분)과 좌윤이의 합동 공세에 자신이 추진하던 YB전자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에 제동이 걸리자 분노했다. 보나가 아침부터 발표회 참석자들에게 취소 전화를 돌리느라 눈코 뜰새 없던 때 구두 닦는 아저씨가 조전무의 구두를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보나의 아버지였던 그는 분주한 딸을 보고 '그냥 안에 두겠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 됐다. 때마침 사무실로 들어오던 조전무에게 이 모습을 들켰고, 그는 보나에게 "왜 외부인이 내 방에서 나와?"라며 역정을 냈다. 급기야 "무능력도 정도가 있지. 너 좌윤이 친구라며? 근데 걔가 남상무랑 짝짝꿍해서 우리 뒤통수칠지 전혀 예상 못했어? 눈치가 빠르던가 아님 정보 수집에 능하던가 뭐라도 하나는 잘해야 될 거 아냐"라며 보나에게 분풀이했다.
마보나는 조전무의 호통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후 자신을 걱정하는 좌윤이에게 "넌 그냥 운이 좋은 거야. 운이 좋아서 조전무 같은 인간 안 만난 거고 운이 좋아서 남상무 같은 보스랑 일하게 된 거고. 그냥 운이 좋아서! 그래서 넌 네 인생 하나만 챙겨도 되는 거겠지"라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후 보나는 아버지와의 술자리 중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걱정을 넉살로 웃으며 넘어가는 것도 잠시 집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처량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빠 나 힘들어. 진짜 너무 힘들다고. 나도 이제 좀 쉽게 살면 안 될까?"라고 소리치며 울었다. 보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향해 가슴 속 꽁꽁 숨겨뒀던 진심을 폭발시켰다.
마보나는 조전무의 냉대와 친구와의 대립 속에서도 자신의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도도하고 차가운 바람만 불던 보나에게도 뜨거운 눈물과 가슴 속 상처가 있었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던 보나이지만 자신에게만 가혹한 세상에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남도현 기자 bl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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