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 운영 50대
“곧 은퇴하는 남편에 계산대 맡겨”
인력 못 줄이자 가격 올리기도
알바생들 “구직난ㆍ해고 두려워”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 사장 이모(52)씨는 지난달 주말 야간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민 끝에 내보냈다. 평일 주ㆍ야간까지 총 3명이던 아르바이트생들 모두에게 인상된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주자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씨는 “당분간 주말에 하루 종일 혼자 일해보고 곧 은퇴하는 남편까지 계산대에 투입하는 등 아르바이트생 없이 버텨볼 생각”이라며 “이렇게 해서라도 정 안되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겠다고 본사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작됐다. 정책 취지에 발맞춰 법은 준수해야 하지만 당장 늘어나는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탓에 필요한 인력의 수를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나선 것이다.
2일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 알바몬이 자영업자 304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관련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곳은 10곳 중 8곳(79.3%)에 달했다. 업종별로 채용 감소 계획을 밝힌 곳은 베이커리ㆍ디저트ㆍ아이스크림 사업장이 95.0%로 가장 높았다. 패밀리 레스토랑ㆍ패스트푸드점(92.9%), 편의점(89.5%), 커피전문점 및 카페(86.0%) 등도 90% 안팎에 달했다.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가장 흔한 일자리로 여겨지던 곳들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위기감도 적지 않다.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 1,4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구직난(33.3%)’과 ‘갑작스런 해고ㆍ근무시간 단축(20.2%)’ 등을 꼽았다.
채용인원을 줄이는 게 어려운 곳은 근무시간 단축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 중구에서 일식집을 운영중인 정모(56)씨는 이달부터 서빙 아르바이트생 6명(주말 포함)의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2시간 줄였다. 정씨는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업 개시와 마감시간에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씩 줄였다”라며 “당장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 테니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인력을 줄일 재간이 없는 사업장은 결국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 마포구 한 프랜차이즈 독서실을 운영중인 김모(34)씨는 월 17만원이던 독서실 이용금액을 이달부터 18만원으로 1만원 인상했다. 김씨는 “평일ㆍ주말 각각 3명인 아르바이트생이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인지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라며 “가격 인상 공지 후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어 매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최소한의 운영비 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