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 폐쇄
피해 신규 등록은커녕 수정도 안돼
12월 2일 이후 피해보상 지자체 몫
경북 포항지진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건물 파손 상태 등을 등록하는 정부의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은 굳게 닫혀있다. 정부는 대학등록금 지원 발표 등 조치로 지진 피해를 끌어 안으면서도 정작 NDMS 폐쇄로 재정부담은 지방에 떠넘기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북구 흥해읍 대웅파크맨션은 최근 정밀점검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돼 67가구, 약 200명이 새해 첫날부터 다급히 짐을 싸 대피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A동이 붕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진단돼 30가구, 100여명이 긴급히 대피소로 이주했다.
행정안전부와 시에 따르면 가구 당 피해 복구비는 소파 100만원, 반파 450만원, 전파 900만원으로 대성아파트 A동과 대웅파크맨션은 당초 NDMS에 소파로 등록됐다. 이 건물이 NDMS에서 전파로 수정이 되지 않으면 추가로 지급될 800만원의 복구비는 포항시가 부담해야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두 아파트 97가구의 복구비를 감안할 경우 NDMS에서 새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7억7,600만원을 포항시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행안부에 지난달 2일 마감된 NDMS 수정 등록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대로 피해 접수 신고를 받았고 더 이상 NDMS를 통한 추가 피해 접수는 곤란하다”며 “마감 이후 복구비 지원 등은 포항시가 지방비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 피해 건물을 점검 중인 안전진단 업체들은 정밀조사를 거쳐야 정확한 파손 상태가 드러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는 “지진이 나고 곧바로 이뤄진 안전진단은 건물 외관만 보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정밀점검을 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다”며 “다른 재해와 달리 지진은 여진 등으로 건물 파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피해 가구에 1년치 대학등록금을 무상 지원키로 하자 신고가 대폭 늘어난 것도 논란거리다. 포항시는 지난달 2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피해접수 창구를 추가로 열었다. 12일까지 뜸하던 피해신고는 지난달 13일 교육부의 등록금 지원이 발표된 후 폭증해 4,400건을 넘기고 있다. 모두 소파라 해도 가구 당 최소 100만원씩 지원해야 해 44억원 이상을 포항시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정부가 지진 피해 가구에 여러 지원을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현장과 논의없이 NDMS를 닫고 일방적으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 부담이 커졌다”며 “NDMS나 재난 지원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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