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신과 함께’)이 3일 오후 1,000만 고지를 밟는다.
‘신과 함께’가 1,000만 달성까지 걸린 시간은 15일이다. 2014년 여름 개봉해 12일 만에 1,000만명을 불러모은 ‘명량’ 다음으로 빠르다. 여름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겨울에 이 같은 흥행세는 이례적이다. ‘신과 함께’와 개봉 시기가 비슷했던 ‘국제시장’(2014)은 1,000만까지 28일 걸렸다.
줄곧 50%를 웃돌던 예매율도 개봉 3주차를 맞아 30%대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1위다. 역대 박스오피스 기록 경신 여부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하는 후속편 앞에도 흥행 고속도로가 깔렸다. 편당 총제작비 200억원으로, 1편만으로 두 작품을 합친 손익분기점 1,200만명을 넘본다.
망자의 지옥 재판을 그린 ‘신과 함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 장르다. 컴퓨터그래픽(CG)이 쓰이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개봉 전에는 CG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볼거리를 충족했다. 생경한 장르가 주는 거리감은 ‘가족’과 ‘용서’라는 보편적 주제로 극복했다. 신파의 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 신파가 관객층을 넓히며 흥행을 견인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원작의 스펙터클을 구현하면서 가족 이야기로 감정에 호소한 점이 흥행에 주효했다”며 “모험과 스릴 같은 장르 요소가 잘 배합돼 상업성 면에서도 뛰어났다”고 평했다.
지난해 개봉한 ‘택시운전사’ ‘군함도’ ‘남한산성’처럼 대작 영화는 역사 장르에 쏠린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장르와 소재가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점도 의미 있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역사적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판타지 SF 장르가 활성화돼야 한국 영화가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며 “‘신과 함께’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에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 열풍으로 2018년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비슷한 시기 개봉한 ‘강철비’와 ‘1987’까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특히 고무적”이라고 내다봤다.
‘신과 함께’의 1,000만 돌파에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많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저승차사 역을 맡은 하정우는 ‘암살’ 이후 두 번째 1,000만을 달성했다. 별명이 ‘천만 요정’인 오달수의 마법은 이번에도 강력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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