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늘려오던 권성문 회장
주식 1324만5000주
이병철 부회장에 매각
“가격 높이려 전략썼나” 의심도
당국은 의심쩍은 상황 주시키로
작년 말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던 KTB투자증권의 갑작스런 ‘최대주주 교체’ 공시를 놓고 기존 1ㆍ2대 주주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늘리던 권성문 회장의 경영권 매각 시도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당국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2일 “이병철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권 회장이 보유한 KTB투자증권 주식 1,324만4,956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매수 가격은 이날 종가(3,625원)보다 37.9% 높은 주당 5,000원으로 총 매매대금은 약 662억원에 달한다. 공시대로라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권 회장의 지분은 24.28%에서 5.52%로 크게 줄고, 2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14.0%에서 32.76%로 대거 늘어 회사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부회장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두 사람이 맺은 계약에 따라 권 회장이 작년 12월19일 내놓은 주식에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주식을 일정 조건으로 먼저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지분을 크게 늘렸다. 이 부회장 측은 “거래는 오는 2월말~3월초 완료될 예정”이라며 “권 회장 지분을 인수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권 회장 측은 “이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유효하지 않다”고 맞섰다. 지난달 이 부회장이 아닌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려 한 건 맞지만, 이 부회장이 매수 주식의 수량과 가격만 제시했을 뿐 ▦나머지 지분 추가 매입 ▦(권 회장이 임명한) 임직원 신분보장 등 다른 조건은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권 회장은 지난달 10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로 지분을 20.22%에서 24.28%까지 늘리며 경영권을 다지는 듯 했으나, 동시에 경영권 매각을 타진한 걸로 드러났다. 권 회장 측은 “스스로 갖든 제3자에게 넘기든 이 부회장보다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장에선 권 회장이 매각을 염두에 두고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높은 매각가를 제시해 이 부회장의 지분을 팔게 만들려던 권 회장의 시도가 도리어 역공에 휘말린 거란 해석도 나온다.
2016년부터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한 두 사람은 작년 하반기부터 치열한 경영권 확보 다툼을 벌여왔다. ‘벤처 투자의 귀재’로 유명해진 권 회장이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데다, 지난해 부하직원을 폭행한 ‘갑질 논란’ 등에 휘말려 경영권 위기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국도 대주주간 ‘의심쩍은’ 거래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최대주주 변경 논란에 대한 조회공시를 KTB투자증권에 요구하고 “3일 낮 12시까지 공시할 것”을 통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이 제기하는 의혹을 알고 있으며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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