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19곳 전수 특별조사
비상구 막히고 유도등 미설치 등
3곳 중 1곳 꼴 소방법규 위반
매점 창고로 쓰이는 옥내 소화전 입구, 가벽으로 막힌 비상구, 비닐로 감싼 화재감지기….
서울시가 2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충북 제천 화재 참사와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시내 목욕탕, 찜질방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3곳 중 1곳이 소방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 통로가 막혀 있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등 크고 작은 안전 수칙을 소홀히 여기다 인명 피해를 키운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와 ‘판박이’인 시설이 태반이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 22∼28일 서울에서 영업 중인 모든 목욕탕과 찜질방 319곳에 대해 불시에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120곳에서 330건의 소방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조사 결과, 비상구로 가는 길목에 장애물을 설치해 화재 시 대피가 불가능한 시설이 38곳 적발됐다. 단열이나 외부인 출입 통제의 이유로 방화문 앞에 덧문을 설치한 곳도 7곳이나 됐다. 비상구 문은 대피하는 방향으로 밀어서 열 수 있어야 하는데 덧문은 당겨서 열어야 하는 구조라 긴급 상황 시 사람이 몰리면 문을 제대로 열 수 없다는 게 소방재난본부의 설명이다.
심지어 방화문을 목재로 만든 문으로 교체한 찜질방도 있었다. 박성윤 시 소방재난본부 소방위는 “방화문이 훼손돼서 바꿔야 하는데 비싸다 보니 목재문으로 대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방화문은 1시간 이상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성능이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유도등 미설치 8건 ▦내부 구조 임의 변경 5건 ▦화재 경보 설비 수신기 정지 2건 ▦유도등ㆍ스프링클러 불량 등 경미한 위반 269건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46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74곳에는 시설물 원상 복구 조치 명령을 내리고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이홍섭 시 소방재난본부 예방과장은 “목욕탕이나 찜질방은 탕비실, 탈의실, 휴게실, 수면실 등 여러 용도로 나뉘어 있어 매우 복잡하다 보니 화재로 연기가 차면 내부 구조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피난 통로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건물 소유주나 직원들은 비상시를 대비해 피난 통로에 장애물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도등이나 휴대용 비상 조명등의 정상 작동 여부도 항시 점검해야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제천 화재 참사에서 드러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 안전 관리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서울시에 한해 필로티 건물의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지 않으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 용접 작업 시에는 불티가 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소방차 통행로면 표시 확대 등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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