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차세대 수소전기차
BMW, 하이브리드 3종 등
다양한 모델 출시 잇달아
전기차 5년 만에 3배 성장
보조금 줄지만 세제혜택 늘어
충전소 등 인프라 개선 박차
지난해 ‘내연기관차 퇴출’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였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디젤엔진뿐 아니라 가솔린차조차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내몰렸다. 내연기관차 종말론이 세계적으로 일면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차가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새해에는 완성차 업체에선 전기차 라인업 강화를, 정부는 2022년 전기차 보급 35만대를 선언하며 인프라 개선을 약속하고 나서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지 관심이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8만8,545대로 집계됐다. 2016년 판매량(6만8,826대)을 넘어선 수치며 2012년 3만6,610대 판매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5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서 연비ㆍ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어 친환경차 성장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새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신차 출시 확대와 정책 수혜에 힘입어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15.5%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에도 친환경차 출시가 잇따른다.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일은 3월로 정해졌다. 전기동력을 기반으로, 한 단계 진보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갖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580㎞ 이상이며 최대 출력도 내연기관에 뒤지지 않는 163마력에 달한다. 현대차는 또 4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형SUV ‘코나’전기차를 내놓는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SUV 니로 라인업을 강화한다. 지난해 5월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선보인 데 이어 새해에는 전기차 모델까지 추가해 현대차 아이오닉처럼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니로는 지난해 11월까지 총 10만3,354대가 판매돼 친환경차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렸다.
르노삼성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가량 향상(213㎞)한 전기차 ‘SM3 Z.E. 롱레인지’를 이달부터 본격 판매한다. 국내 유일의 세단형 전기차라는 장점이 있어 영업용 차량으로도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또 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린 2,500대 이상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지엠(GM)은 예정된 친환경 신차는 없지만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383㎞)를 자랑하는 볼트EV 물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한국GM 관계자는 “볼트EV가 올해 미국시장에서 큰 인기로 국내 수요를 맞추지 못했지만, 새해에는 전년보다 10배 많은 최고 6,000여대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도 다양한 모델을 출시한다. 가장 먼저 시동을 건 업체는 BMW코리아다. 뛰어난 주행 성능을 기반으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3종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판매한다. 최대 313마력, 45.9토크를 발휘하는 중형SUV ‘X5 x드라이브40e i퍼포먼스’는 1억420만원에, 3시리즈 기반의 PHEV인 ‘330e i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는 5,890만원, ‘740e i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는 1억4,410만원으로 각각 판매가가 확정됐다. BMW는 최대 주행거리가 280㎞(유럽 기준)로 기존보다 100㎞ 이상 늘어 2전기차 ‘뉴 i3’도 출시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새해 상반기 첫 PHEV 차인 ‘GLC 350e’를 내놓는다. C클래스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211마력의 2.0ℓ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최고출력 116마력의 전기모터가 결합해 있다.
재규어에선 SUV형 전기차 ‘아이페이스’를 올 하반기에 출시한다. 1회 충전 시 380㎞ 주행할 수 있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이 4초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다양한 하이브리드차 덕분에 20% 이상 판매 성장을 이룬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는 새해에는 특별한 신차 출시 계획은 없지만, 프로모션 등을 강화해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새해부터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이 소비자들의 친환경차 구매 욕구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구입 시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대상이 새해 예상되는 수요(4만여대)의 절반 가량인 2만대뿐이고, 이 마저 올해에 비해 최대200만원 가량 줄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에 추가로 지원하는 지자체별 보조금도 동결 또는 축소될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보조금 지원 대상을 6,000대가량 늘리다 보니, 대당 보조금은 기존보다 200만원 줄어든 1,200만원으로 책정했다”며 “여전히 한국 보조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다른 나라들도 점차 보조금을 줄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조금은 줄어들지만 세금인하 혜택은 확대된다. 최대 200만원까지 감면해주던 개별소비세가 300만원으로 증액되고, 개별소비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도 감면 한도 역시 60만원에서 90만원으로 확대된다. 세제 혜택으로만 최대 130만원 추가로 가격이 낮아지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새해가 전기차 시장에선 빅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신차가 출시가 이어지고, SK그룹 등에서도 충전소 보급에 나서 인프라 개선도 기대된다”며 “정부가 이 불씨를 잘 살려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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