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가 1일(현재시간)로 닷새째 이어지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위대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지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주변국들은 충돌 격화를 우려하며 평화시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 BBC방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이날 밤 수도 테헤란 중심가의 교통 통행을 제한하고 집회를 막았으나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차량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소규모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소도시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는 계속됐다. 소셜미디어에는 동부 비르잔드와 서부 케르만샤 등에서도 시위가 새롭게 일어났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지난달 28일 시작돼 이란 전역으로 확산한 이번 시위로 지난 닷새간 14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체포됐다고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란 경찰 대변인은 “나자프아바드에서 폭도가 쏜 사냥총에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혀 시위대뿐 아니라 공권력도 폭력에 희생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또 “일부 무장한 시위대가 경찰서와 군기지를 점거하려고 했으나 군경이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물가 상승과 부패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번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번지며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확대됐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FT는 이번 시위가 2009년 이란 민주화 시위 이래 거의 10년 만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반정부시위이자 최악의 소요사태라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 국민은 당연히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폭도와 범법자”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특히 이번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의 배후로 이란을 혼란하게 하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지목하고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1일 “외국에서 지령받은 소수의 폭도가 평화로운 저항을 납치하려고 했다”면서 “단합된 이란은 이들 폭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시위 중 폭력을 선동하는 배후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론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1일 이번 시위는 이란에 반대하는 미국과 영국, 사우디의 지휘를 받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리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연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관심을 표명하며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위 시작 이래 매일같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에는 트위터에 “위대한 이란 국민은 수년간 억압받았다. 그들은 음식과 자유에 굶주려있다. 인권과 함께 이란의 부가 약탈당하고 있다. 변화할 때!”라고 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일보다 강한 어조로 이란의 반정부시위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내가 부통령인 한, 미국은 잔혹한 정권에 맞서 싸우던 이란 국민의 영웅적 저항을 무시하고 방관했던 과거의 부끄러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확산하는 대담한 이란 국민의 저항은 압제에 항거하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신념을 준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실망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한다면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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