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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불안…” 일제 강점기 여학생 일기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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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불안…” 일제 강점기 여학생 일기 공개한다

입력
2018.01.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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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품 5월 문 여는 대구교육박물관 전시

원본은 일본 교수가 서울 헌책방에서 발견

일제강점기 경북여고 재학생이 쓴 '여학생일기' 표지. 일장기 아래 한자로 여학생일기와 경북여고의 옛 학교 명칭인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가 인쇄돼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일제강점기 경북여고 재학생이 쓴 '여학생일기' 표지. 일장기 아래 한자로 여학생일기와 경북여고의 옛 학교 명칭인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가 인쇄돼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일제 강점기 경북여고 재학생이 쓴 ‘여학생일기(女學生日記)’가 공개됐다. 5월쯤 개관할 예정인 대구교육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으로, 복제품이긴 하지만 일제 강점기 여학생들의 불안한 학교생활 등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지난해 폐교한 대구 북구 옛 대동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꾸미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한 여학생일기는 1936년 ‘대구 양문사’가 책자 형태로 만들어 판매한 35전짜리 일기장인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북여고) 여학생일기’에 당시 재학생 K양이 쓴 일기다. K양은 1934년 4월4일 입학해 1938년 3월14일 제10기로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개된 일기는 1937년 2월18일부터 12월12일까지다. 일어로 작성했고, 경어체를 쓰고 있다.

일기 속에는 일제의 ‘황국신민화’ 교육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한 모습이 투영돼 있다. 140쪽에는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는 등의 구절이 나온다. 당시엔 학생이 매일 일기를 쓰고, 담임교사에게 제출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글쓰기 능력 배양 보다는 학생들의 면학이나 언동 생활을 관찰해 사상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일기는 이 같은 검열환경 속에서도 일제강점기의 교육현실과 당시 학생들의 정서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주요한 실증적 사료로 평가된다. 안타깝게도 이 일기장은 한국에 없다. 일본 교토 동지사대학의 오타 오사무 글로벌스터디즈연구과 교수가 2007년 서울의 한 헌책방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보존상태가 좋지 않고 소유권이 없어 복제품으로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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