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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격화, 하룻밤새 10명 또 숨져

입력
2018.01.01 17:5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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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경찰서ㆍ軍기지 점거 시도도

시위 나흘째… 사망자 최소 12명으로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태 수습 분주

이란 테헤란대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캠퍼스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대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캠퍼스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2009년 이래 최대 규모의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2017년의 마지막 날, 시위대 10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TV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경제침체 장기화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번 시위가 이 같이 점점 격화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반미 진영의 본산인 이란 정부를 연일 비판하며 시위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하는 등 위기 탈출에 주력하면서 집회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날 이란 국영TV는 반정부 시위 나흘째였던 지난달 31일 밤, 최소 10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으며, 일부 무장한 시위대는 경찰서와 군 기지 점거를 시도했으나 군경에 의해 저지됐다고 전했다. 희생자가 발생한 지역이나 원인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 시위 도중 목숨을 잃은 시위대는 30일 로레스탄주 도루드시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2명을 포함, 총 12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8시(미국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서 대규모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란인들이 드디어 자신의 돈이 어떻게 테러리즘 (지원)에 착취, 낭비되는지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9시간쯤 후에도 그는 “제1의 테러지원국에다 매일 수많은 인권 침해도 저지르는 이란이 이제 인터넷까지 폐쇄했다. 좋지 않다“고 트윗하는 등 29~31일 사이 이란 정부를 다섯 차례나 비난했다. 앙숙 관계인 이란에서 반정부 소요가 지속되자, 이 호재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에서도 이란 시위를 공식 지지하는 성명을 내며 전방위 ‘이란 때리기’에 나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란 국민의 평화적 저항에 대한 성명’에서 “오랫동안 억눌렸던 이란 국민이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란 정부는 그들의 국민에 의해 시험대에 올랐다. 자유와 인권이 이뤄지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위기에 몰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독려가 시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31일 오후 주된 시위 조직 통로이자 전체 인구 절반(약 4,000만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과 SNS 인스타그램을 전격 차단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 국민을 지지하려는 미국인(트럼프)은 불과 몇 달 전 자신이 이란을 테러범이라고 부른 것을 망각한 듯하다”며 “그는 우리를 연민할 권리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같은 날 밤 녹화 방송된 내각회의 발언에서도 “이란 국민은 당연히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가 있지만, 비판은 폭력이나 (공공) 자산을 파괴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폭력 시위에 선을 그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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