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민유라(왼쪽)-게멀린. /사진=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33ㆍ한국명 안현수)에게 당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ㆍ1,000mㆍ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남자 1,500m 동메달도 그의 몫이었다.
반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노메달로 고개를 숙였다. 국내 여론은 안현수를 외면한 한국 빙상계에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순혈주의가 무너진 건 오래 전 일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은 귀화 선수 8명을 남자 아이스하키 팀에 보강했다. 러시아도 대회 성적을 위해 안현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를 귀화시켜 재미를 봤다.
상황이 바뀌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한국이 푸른 눈의 태극전사들을 앞세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평창에서는 역대 최다인 19명의 귀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대표적인 종목은 불모지로 여겨졌던 아이스하키다. 아이스하키는 동계 스포츠의 꽃으로 꼽힌다. 동계 올림픽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갇혀있었다.
평창은 전환점을 만들 기회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5명 엔트리 가운데 7명이 외국인 선수로 탈바꿈했을 만큼 국제화에 앞장 서 지난 4월 말에는 국제 대회 출전 38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 챔피언십(1부 리그)에 승격했다. 중심에는 캐나다 출신의 골리(키퍼) 맷 달튼(32)이 있다. 그는 팀 전력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핵심으로 손꼽힌다. 달튼은 지난해 12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최강 캐나다와 유로투어 맞대결(2-4 패)에서 56개 유효슈팅 가운데 53개를 막아냈다.
피겨 아이스댄스도 빼놓을 수 없는 주목거리다. 이 종목에는 민유라(23)와 짝을 맞출 미국인 귀화 선수 알렉산더 개멀린(25)이 버티고 있다. 민유라-개멀린 조는 스스로의 힘으로 평창 티켓을 땄을 만큼 실력을 갖췄다. 이들은 평창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편곡한 배경음악 아래 연기를 할 예정이다. 평소처럼 물 흐르는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 여부를 떠나 피겨 여왕 김연아(28ㆍ올댓스포츠) 이후 또 한 번의 진한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루지에서는 독일 출신의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26)가 평창 올림픽을 노크하고 있다. 프리쉐는 세계 루지 최강국인 독일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촉망 받는 유망주다. 스키의 김마그너스(20ㆍ노르웨이 국적 포기)와 이미현(24ㆍ미국 입양아)도 평창의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릴 재목들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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