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창사 이래 33년간 유지해온 오너 경영시대를 마감하고 올해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한다. 창업주가 은퇴하면 장남 등 가족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가족 경영’이 일반화한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풀무원은 회사 창립자인 남승우(65) 전 총괄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이사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효율(60) 대표를 후임 총괄 CEO 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풀무원은 198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경영권을 내려놓은 남 전 대표는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는다.
남 대표는 1984년 직원 10여 명으로 시작한 풀무원을 직원 1만여 명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식품기업으로 키운 오너 경영인 이다. 하지만 그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평소 지론을 지키기 위해 만 65세가 넘으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남 전 총괄 CEO는 “글로벌 기업 CEO들은 대부분 65세에 은퇴한다”며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남 전 총괄CEO가 스스로 만 65세를 정년으로 정해 은퇴를 하고, 경영권도 가족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승계한 것을 두고 ‘아름다운 은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업 승계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자식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남 대표가 65세에 칼같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80, 90대까지 경영권을 지키려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효율 신임 총괄 CEO는 1983년 ‘사원 1호’로 입사해 남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온 온 풀무원 기업사의 증인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 총괄 CEO는 1980년대 풀무원 두부를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입점시켜 풀무원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1990년대에는 우동 등 신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풀무원 사업영역을 확장했다”고 소개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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