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 첫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400쌍 넘는 커플의 ‘합동 결혼식’이 열렸다. 그 동안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공공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들 부부는 정식 결혼식을 통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1일(현지시간) AF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자카르타 시내 중심부 광장에서 열린 ‘새해 전야제’ 행사에서 437쌍이 혼인 서약을 하고, 결혼 증명서에 서명했다. 자카르타 주정부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혼식을 해야만 법적 부부가 될 수 있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60대의 신부 아미나(65)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1968년부터 한 살 연하의 남편 무하마드 나시라(64)와 결혼 생활을 해 온 그는 빈곤한 처지 때문에 지금까지 50년간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다. 자녀가 5명, 손주는 9명이었지만 법적으로 결혼한 상태가 아니어서 일부 자녀는 출생 증명서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에 접근조차 못한 것은 물론이다. 이번 행사 개최 소식을 듣자마자 참가 신청을 했다는 아미나는 “비용 없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지만, 과거에는 발급받지 못했던 공식 문서들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수백여 커플의 새 출발을 축하한 뒤 “매년 섣달 그믐날마다 이런 이벤트를 계속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부는 이를 위한 기부금도 늘려갈 계획이다. 외신은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관료들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이 보다 수월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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