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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고통을 이겨 낸 뒤의 영광,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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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고통을 이겨 낸 뒤의 영광,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입력
2018.01.01 15: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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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자신의 생존이 위태로워 질 경우 사력을 다해 마지막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유전자를 후대로 이어가기 위하여 노력하는데, 이와 같은 종족보존 현상을 생물학적 용어로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라 한다. 앙스트블뤼테는 독일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화(開花), 만발, 전성기’를 뜻하는 블뤼테(Blüte)의 합성어로, ‘불안 속에 피는 꽃’으로 번역할 수 있다.

앙스트블뤼테의 대표적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대나무는 일반적으로 뿌리로 번식하기 때문에 꽃이 피지 않는다. 하지만 뿌리 번식이 더 이상 불가능할 상황에 놓이면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한 번의 꽃을 피워 종자를 맺은 다음 그대로 말라 죽는다. 그 종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다음 생을 이어간다.

동양란이나 전나무는 물이 부족하거나 너무 추워지는 등 생존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지면 유난히 풍성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며, 공해가 극심한 지역의 소나무는 솔방울을 많이 맺는다. 이 역시 자신의 종자를 널리 전파하기 위함이다.

세계적 명기(名器)인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 또한 앙스트블뤼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만든 바이올린은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풍부한 감정 표현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지금 현재 650여 개가 남아 있으나 이중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올린은 50여 개로 최고 경매가가 172억 원에 이른다. 미국의 헨리 그리씨노-마이어 박사와 로이드 버클 박사는 1645~1715년 70년 간 유럽에서 소빙하기(Little Ice Age)가 지속되었는데, 이 기간에 생존한 알프스 산맥의 가문비나무에 위대한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제작 비밀이 있다고 주장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가문비나무가 생존을 위협받게 되자, 생존하기 위해 극도로 성장을 멈춘 결과 나이테가 매우 촘촘하고 목재의 밀도가 매우 균일하게 되었다. 스트라디바리는 이러한 목재의 비밀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훌륭한 바이올린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자왈 군자는 고궁이나 소인은 궁사남의니라(子曰君子固窮小人窮斯濫矣).’ 논어 제15편 위령공(衛靈公) 1장에 나오는 문장으로 ‘군자는 곤궁함을 당하더라도 잘 견디지만 소인은 이를 참지 못하고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는 뜻이다. 군자는 궁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심지가 더욱 단단해지나, 소인은 마구 행동하여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흙탕물 속에서도 연꽃잎은 깨끗하다. 그 이유는 뭘까? 연꽃잎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돌기가 무수히 돋아 있고, 그 돌기 끝부분에는 나노미터 크기의 더 작은 돌기가 오톨도톨하게 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연꽃잎은 물을 묻히지 않는다. 연꽃잎에 물이 닿으면 퍼지지 않고 방울 형태로 뭉쳐지고, 이렇게 뭉친 물방울은 그대로 흘러내리며 먼지를 쓸어 내린다. 온갖 번뇌와 욕망을 떨쳐내어 허허로운 듯한 연꽃잎 위에는 오히려 무수한 번민과 고뇌의 돌기가 펼쳐져 있다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악조건을 이겨낸 연꽃잎의 훌륭한 앙스트블뤼테가 아닌가 싶다.

삶의 고난과 시련 앞에서 모든 사람이 앙스트블뤼테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대로 좌절하거나 스스로 포기한다. 하지만 그 고난과 시련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그 역경의 시간이 자양분이 되어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울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앙스트블뤼테! 2018년을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건네는 격려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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