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속영장 신청
“정씨 진술 믿기 어려워” 방화 여부 수사 집중
광주에서 발생한 화재로 3남매가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3남매를 숨지게 한 친모 정모(22)씨로부터 방안에서 화재 신고를 한 후 아이들을 두고 홀로 빠져 나왔다는 진술을 1일 확보했다. 화재 당시 방 밖으로 나와 신고하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당초 진술과는 다른 것이다. 경찰은 이 진술 등을 토대로 방화인지 실화인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정씨를 중실화 및 중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네 살과 두 살 아들, 15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비록 실수로 불을 낸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세 자녀를 숨지게 한 결과가 가볍지 않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과실 치사죄는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고, 중실화는 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전날 '나 때문에 불이 난 것 같다'고 자백한 내용을 토대로 정씨를 긴급 체포한 경찰은 방화 혐의에도 추가 조사를 벌였지만, 일단 구속영장 신청 혐의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들을 두고 혼자 빠져 나왔다고 정씨가 진술함에 따라 방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정씨는 앞서 “작은방 문 앞 이불에 떨어뜨린 담뱃불에서 불이 난 것 같다. 손가락으로 담배 끝을 툭 쳐서 담배를 끄던 중 불똥이 이불에 떨어졌고 꺼진 것으로 알고 담배꽁초를 이불 위에 버려 그곳에서 발화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숨진 자녀들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2일 오전 10시부터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방화나 실화를 규명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정밀 감식 결과는 보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감식ㆍ부검 결과를 분석하고 추가 진술 조사를 통해 고의성 유무를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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