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1위로 결승선 통과하는 최민정/사진=OSEN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은 역대 최대인 510억 달러(약 54조7,000억원)를 투입한 대회 명성에 먹칠을 하는 국가 주도 약물 스캔들에 휘말려 망신살을 당했다. 선수들에게 약물을 쓰고 큰돈을 들여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하던 빅토르 안(33ㆍ한국명 안현수)을 귀화시키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은 결국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의 호성적을 위한 조치였다.
2018 평창 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서서히 붐 조성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이 많다. 그러나 이를 한 방에 뒤집을 카드는 남아있다. 본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다. 지난해 2월 초 스위스에서 이기흥(63) 대한체육회장을 만난 토마스 바흐(65)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개최국의 성적”을 꼽았다. 개최국의 성적이야말로 대회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는 걸 바흐 위원장이 재차 상기시켰다.
한국 대표팀은 안방인 평창에서 ‘금메달 8개ㆍ은메달 4개ㆍ동메달 8개’로 종합 4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2010년 밴쿠버(금6ㆍ은6ㆍ동2 종합 5위) 때의 메달 수와 순위를 모두 뛰어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숫자에 허수가 들어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글로벌 조사업체 닐슨의 그레이스노트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한국의 평창 올림픽 메달 예상 집계는 ‘금 7ㆍ은 3ㆍ동 0’(종합 6위)로 점쳐졌다.
금메달 7~8개를 따기 위해서는 빙상 3총사로 꼽히는 최민정(20ㆍ성남시청)ㆍ이승훈(30ㆍ대한항공)ㆍ황대헌(19ㆍ브라보앤뉴)의 선전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 최민정, 女쇼트트랙 ‘金 4개’ 싹쓸이할까
한국이 동계 올림픽의 강국으로 올라서는 결정적인 배경이 된 종목은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이 처음 도입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때 김기훈이 1,500m와 5,000m 계주에서 우승한 걸 시작으로 소치까지 ‘금 21ㆍ은 12ㆍ동 9’ 등 총 42개의 메달을 안긴 효자 종목이다.
평창에서는 바통을 최민정이 이어받는다. 최민정의 다관왕 여부에 따라 한국 메달 전선이 요동 칠 가능성이 높다. 최민정은 작년 10월 부다페스트 1차 월드컵 4관왕을 비롯해 독보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평창에서도 여자 종목에 걸린 1,500mㆍ1,000mㆍ500mㆍ3,000m 계주 등을 휩쓸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최민정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약했던 500m에서 메달을 노릴 만한 순간 스퍼트 능력이 뛰어나 전 관왕의 기대감을 높인다.
◇ 소치 노메달 수모를 풀 ‘괴물’ 황대헌
빅토르 안에 막혀 소치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7년 혜성처럼 나타난 고교생 황대헌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황대헌은 폭발적인 스퍼트로 치고 나가 상대를 멀찌감치 따돌리던 고(故) 노진규의 플레이를 연상시킨다. 그가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이 노진규이기도 하다. 도르드레흐트 2차 월드컵 1,000m와 11월 상하이 3차 월드컵 1,000m에서 금을 캔 황대헌은 "과거 (노)진규 형과 연습을 몇 번 한 적이 있다“며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도 형처럼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2의 안현수’로 불리는 임효준(22ㆍ한체대)도 다크호스다. 임효준은 2017년 10월 부다페스트 1차 월드컵 1,500m와 1,000m 금메달로 급부상했다.
◇이승훈, 역대 첫 매스스타트 금메달리스트 될까
이승훈은 평창의 해인 2018년 만 30세가 된다. 어쩌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평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6,400m) 도는 종목이다. 쇼트트랙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승훈에게는 낯설지 않다.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점을 십분 살려 압도적인 코너워크 기술을 발휘한다.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승훈은 2017년 11~12월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1~4차 월드컵에서 두 번 정상에 올라 평창 전망을 한껏 밝혔다.
◇썰매 윤성빈ㆍ스피드 이상화-김보름도 있다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에서 황제로 통하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ㆍ라트비아)를 연이어 격파한 윤성빈(24ㆍ강원도청)은 대회 최대 변수다. 이상화는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린다. 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3연패는 보니 블레어(미국)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 등 역대 단 두 명만이 도달한 영역이다. 여자 매스스타트의 김보름(25ㆍ강원도청)도 평창에서 메달을 따낼 수 있는 유력 후보다.
핵심 메달 밭이 될 한국 빙상은 이미 총력전에 돌입했다. 빙상계 관계자는 “(빙상)연맹 차원에서 대표 선수들의 인터뷰도 일절 금지시키는 등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을 위한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방침에 따라 대표 선수들은 주 6일 연습하고 1주일에 하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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