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여파로 동료들 고소당하고
소속 외주업체 5번째 바뀔 처지
노동의 권리 당당히 누리고 싶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2017년 큰 굴곡을 겪었다. 매년 최저임금 수준에서 맴돌던 시급을 지난해 9월 투쟁과 협상 끝에 830원(6,950원→7,780원)이나 끌어올렸지만, 채옥녀(60·사진)씨를 포함해 청소·경비노동자 7명에게는 오른 월급명세서보다 고소장이 먼저 도착했다. 학교가 임금인상 결정 후 쟁의행위에 참여한 경비·청소노동자 가운데 일부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모욕 등으로 마포경찰서에 고소한 것. 채씨는 “고소까지 당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고소당한 사람은 물론이고, 다들 황당해하고 있다”고 가슴을 쳤다.
채씨는 “국회와 정부기관, 일부 대학들이 청소노동자 등 파견·용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고, 그렇게 할 거라고 약속을 했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대부분 ‘먼 나라 얘기’라고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와 함께 일하는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만 해도, 올해 또 한번 ‘이직 아닌 이직’을 해야 처지에 놓여 있다. 학교가 이들 100여명이 소속된 외주업체와 계약을 끊고, 새 업체와 계약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곳서 일한 건 9년째인데, 벌써 다섯 번째 회사에요. 학교가 우리를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고 인건비 절감 생각만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요.”
그럼에도 그는 ‘올해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해나가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받은 ‘휴게실 리모델링’ 선물은 특히나 임금인상만큼이나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반년 전 총학생회와 건축공사동아리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식 환경을 직접 개선하겠다”며 계단 밑 창고공간에 비좁게 마련된 휴게실 두 곳(각 5㎡·6.6㎡)에 장판을 새로 깔고, 단열벽지를 새로 붙여줬다. 여름에 덥고, 겨울엔 추웠던 그 곳 바닥엔 전기온돌패널, 벽엔 에어컨이 설치됐다. 채씨는 “개선된 휴식 환경만큼 더 좋았던 건, 청소노동자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가족으로 바라봐 줬다는 학생들 마음”이라면서 “그 뒤로 학생들과 거리감도 좁혀지고, 인사나 안부도 자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채씨는 “이런 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조금씩만 있어도 청소노동자들이 느낄 소외감과 박탈감은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면서 “학교도 우리를 조직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우리도 노동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권리도 더 당당히 누릴 수 있는 올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글·사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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