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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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마트료시카’

입력
2018.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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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마트료시카

이소연

등장인물

송윤경(여, 49세, 한국)

김아델리아(여, 19세, 고려인 4세)

딜퓨자(여, 32세, 우즈베키스탄)

아즈카(남, 9세, 우즈베키스탄, 딜퓨자의 아들)

나쟈(여, 71세, 러시아)

어느 1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시베리아횡단열차 3등석

1장 블라디보스토크

기차가 터널을 지난다. 한참동안 어둠을 헤치고 나면, 어슴푸레 빛이 들어온다. 밤이다. 여기는 시베리아횡단열차 3등석. 6인 1실이다. 말이 6인 1실이지, 개방형이기 때문에 방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2층 침대가 세 개 놓여있다. 창가 쪽에서 안대를 끼고 송윤경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송윤경 (자면서)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젠가 갔던 청담동 고급 한정식 집이에요. 한 상에 15만원이나 하는 집인데요, 이런 덴 처음이라 긴장이 돼요. 민주 아빠가 건너편에 앉아 나를 빤히 봅니다. 어제 급하게 산 스카프가 역시 별로였던 걸까요. 나도 민주 아빠를 바라봅니다. 아주 간만이에요. 그 이의 볼에 난 수염이 보입니다. 온 몸에 털이 많은 편이라 광대 언저리까지 면도를 해야 돼요. (사이) 이상하다. 평소엔 면도기를 종류별로 두 개씩 써가면서 깔끔을 떠는 양반이. 왜일까요. 오늘은 가지런하지가 못하네요. 꼭 500원짜리 싸구려 면도기나 쓴 것처럼…….

배낭을 멘 김아델리아가 나타난다. 표와 자리를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송윤경 물론 말로 하진 않았어요. 1월이거든요. 좋은 날을 망칠 수야 없지. 평소엔 다정한데 한 번 수가 틀리면 성질이 불같아요. 아주 난리가 나죠. (사이) 외로워서 그래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서. 어릴 때부터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랐대요. 그런데 오늘이 무슨 날일까요. 분명히 아주 좋은 날이었는데.

김아델리아가 송윤경에게 다가간다. 송윤경을 툭툭 친다.

송윤경 꿈이 흔들리기 시작해요. 원래 낮잠을 자는 편이 아닌데. 할 일이 많거든요. 민주 아빠랑 민주가 깔끔한 성격이라서요. 그런 거 보면 둘이 참 똑같아. 수건도 한 번 쓰면 무조건 빨래통에 들어가요. 우리 집에서 수건걸이는 나만 쓴다니까.

김아델리아가 송윤경을 더 세게 흔든다.

송윤경 민주 아빠가 낙지 정식을 시켰어요. 내가 낙지라면 환장을 하니까. 꿈이 깨면 안 되는데……. 아직 먹은 거라곤 차 한 잔뿐이에요. 안 되는데…… 낙지… 먹어야…… 낙지…….

김아델리아가 한 번 더 흔들자 송윤경이 벌떡 일어난다.

송윤경 (침 닦는)

김아델리아 (자기 티켓 보여주는)

송윤경 (김아델리아를 보는) 예쁜 학생이 왔네.

김아델리아 (티켓 좌석 가리키는)

송윤경 가만. 한국사람 아니에요? 얼 유 코리안? 응? 코리안?

김아델리아 (윤경을 가리키고, 2층 침대를 가리키는)

송윤경 응? 하늘? 하늘나라?

김아델리아 (한숨 쉬고) 자리. 나. 여기.

송윤경 (가만 보는)

김아델리아 아줌마. 위에. 나. 여기.

송윤경 아아, 내가 2층이라구? (사이) 그럴 리가 없는데.

송윤경, 자기 티켓을 찾아서 본다. 2층이다.

송윤경 (어색하게 웃으며) 쏘리, 쏘리.

송윤경, 바리바리 짐을 챙겨 2층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아델리아, 1층에 자기 짐을 풀어 놓는다.

송윤경 근데 한국사람 맞죠?

김아델리아 …….

송윤경 너무 다행이다. 사실 해외에 나온 게 처음이라 걱정했거든요. 웃기죠? 이 나이 먹고……. 근데 그래요, 타이밍을 못 잡겠더라구.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뭐가 없었던 걸까.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만인 걸. 뭘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송윤경, 2층 침대에 걸터앉는다.

송윤경 나는 자꾸만 아래를 바라봅니다. 내 발 아래에 그 애가 있습니다. 그 애가 입은 남방에 난 작은 구멍을 바라봅니다.

김아델리아 눈이. 느껴져.

송윤경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오래 바라본 일이 있었나.

김아델리아 간다. 고향. 카자흐스탄. 태어난 곳.

송윤경 우리는 운이 좋다면 70시간을 함께 할 것입니다.

김아델리아 떠났다. 한국.

송윤경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 역까지 최소 20시간을 함께 해야 합니다.

김아델리아 간다. 돌아. 돌아, 간다.

송윤경 몇 살이에요?

김아델리아 대답, 안 한다. 난.

송윤경 어디까지 가요?

김아델리아 묻는다. 그래도. 계속.

송윤경 배 안 고파요? 고구마 줄까?

김아델리아 계속.

송윤경 어디 안 좋아요? 괜찮아요?

김아델리아 계속.

송윤경 추워요?

포즈.

김아델리아 마치 누군갈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처럼.

송윤경 난 이르쿠츠크까지 가요. 거기서 바이칼 호를 보러 갈 거예요.

포즈.

김아델리아 마치 자신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구걸하는 사람처럼.

기차가 다시 터널을 지난다. 거의 어둠.

송윤경 기차는 사람이 없는 곳엔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이 기다리기로 되어있는 곳에만 문을 열어 주거든요.

김아델리아 난. 대답, 안 해.

송윤경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마트료시카를 꺼냈습니다.

김아델리아 그래도, 한다. 자랑.

송윤경 이걸 고르느라 세 시간이 걸렸다니까.

김아델리아 잔다.

김아델리아, 누워서 이어폰을 낀다.

송윤경 잘 거예요?

김아델리아 …….

송윤경 어디까지 가는 줄 알면 내가 참 깨워줄 텐데…….

김아델리아 …….

송윤경 (마트료시카를 머리맡에 잘 세워둔다) 잘 자요.

완전한 암전.

2장

치바

햇빛이 들어오는 아침, 열차 안. 송윤경과 김아델리아가 자고 있다.

커다란 짐을 든 딜퓨자와 아즈카가 들어온다. 자고 있는 두 사람의 옆 침대에 짐을 푼다.

인기척에 송윤경이 잠에서 깬다.

딜퓨자 헬로우.

송윤경 아… 헬로우.

딜퓨자 (아즈카 가리키며) 마이 썬.

송윤경 아들?

아즈카 (러시아어) 몽골인이야? 외국어는 자막 처리.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인사를 드려야지.

송윤경 (어눌한 러시아어로) 안녕.

아즈카 (러시아어로) 안녕하세요.

딜퓨자 (러시아어) 러시아어를 할 줄 아시나 봐요. 저는 딜퓨자입니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돈을 벌기 위해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아들이 내 배에 있을 때 떠나왔는데, 어느덧 이렇게나 컸네요.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입니다.

송윤경 ……. 쏘리. 아이 돈 노.

딜퓨자 오……. 쏘리.

송윤경 아임 코리안.

딜퓨자 코리안… 아, 코리아!

송윤경 예!

아즈카 (러시아어) 엄마. 코리아가 뭐야?

딜퓨자 (러시아어) 고려 사람들이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본 적 있잖아.

송윤경 애가 참 밝네……. 기운도 넘치고.

아즈카 (러시아어) 저 아줌마가 기분 나쁘게 쳐다봐.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그런 말 하면 못 써.

송윤경과 딜퓨자,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를 본다.

송윤경 왓 유어 네임?

딜퓨자 딜퓨자. (아즈카 가리키며) 아즈카.

송윤경 딜퓨자. 아즈카.

딜퓨자 유……

송윤경 마이 네임 이즈 송윤경. 송, 윤, 경.

딜퓨자 송. 송?

송윤경 (웃으며 끄덕이는) 송, 윤, 경.

(사이) 내 이름을 이렇게 오래 불러본 적이 있었을까요.

송, 윤, 경. 글자 하나 하나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딜퓨자 (김아델리아 가리키며) 이즈 쉬 유어 도터?

송윤경 도터? 도터? ……딸? 오, 노노노. 쉬 이즈…… (말을 찾지 못하는)

딜퓨자 (웃는다)

송윤경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난 저 애와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즈카 (러시아어) 어? 내 거랑 똑같은 거다!

아즈카, 통 튀어 올라 송윤경의 마트료시카를 가져간다.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송윤경 뭐라고? 꼬마야, 예쁘다고?

아즈카 (러시아어) 엄마! 이거 엄마가 사준 거랑 똑같잖아.

이 아줌마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살았나봐.

송윤경 (듣고) 블라디보스토크?

딜퓨자 쏘리, 쏘리.

송윤경 노, 노. 잇츠 오케.

딜퓨자 얼 유 리브 인… 블라디보스토크?

송윤경 노… 저스트 트레블.

송윤경, 아즈카 손에 들린 마트료시카에 눈이 향해 있다.

송윤경 우리 딸 건데…….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제자리에 둬. 아줌마의 소중한 물건인가 봐.

아즈카 (러시아어) 아줌마한테 내 것도 보여줄래.

아즈카, 가방에서 자신의 마트료시카를 꺼낸다.

송윤경 어머, 똑같은 게 있네.

아즈카 (늘어놓으며, 러시아어) 일, 이… 사, 오, 육.

송윤경 세 번째가 없구나.

아즈카 (러시아어) 삼을 잃어버렸어.

딜퓨자 웨얼 얼 유 고잉?

송윤경 이르쿠츠크. 유?

딜퓨자 (반가워하며) 이르쿠츠크!

송윤경 유 투?

딜퓨자 (끄덕이는)

송윤경 유어 허즈밴드, 웨얼?

딜퓨자 …….

송윤경 허즈밴드. 음… (바디랭귀지 하며) 남편. 부부.

딜퓨자 히 웬트, 퍼스트.

송윤경 퍼스트? 먼저 갔어? 우즈베키스탄에?

딜퓨자 (끄덕이고, 사이) 히 이즈 얼웨이즈 패스트. 댄 미.

송윤경 패스트? 빨라?

딜퓨자 (웃는)

딜퓨자와 아즈카, 자신의 자리로 간다. 딜퓨자가 음식을 꺼내 아즈카에게 주고, 송윤경에게도 건넨다.

송윤경 문어가 들어간 스프였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조리가 필요한 것들만 잔뜩 가져온 나에게 그녀가 건넨 스프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들, 말없이 스프를 먹는다.

김아델리아 (눈 감은 채) 사실 아까부터 깨어있었지만 말을 섞기 싫어 줄곧 자는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스프 냄새가 참을 수 없이 풍겨오는 군요.

송윤경 (슬쩍 김아델리아를 본다) 참 오래도 자네요.

김아델리아 눈을 감고 스프 냄새를 맡고 있으니, 증조할머니가 말해주었던 열차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할머니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 열차에 대해 말했습니다. ‘검은 상자’라고 불리었던 열차의 지독함에 대해. 하염없이 달려야만 했던 상자. 사람들.

송윤경 한정식 집에서 먹었던 낙지탕이 떠오릅니다. 15만원짜리. (스프 맛보고) 별반 다르지 않네요.

김아델리아 나는 말을 싫어합니다. 말은 언제나 폭력입니다.

송윤경 (웃는) 이 말을 들었다면, 남편은 말했겠죠. 싸구려 혓바닥.

김아델리아 자신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이기심.

송윤경 하나씩 떠올려 볼까요… 낙지샐러드… 낙지튀김… 낙지볶음… 낙지찜……

김아델리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송윤경 떠올랐습니다! 샐러드를 막 먹었을 때, 우리 딸 민주가 들어왔습니다.

김아델리아, 벌떡 일어난다.

딜퓨자가 김아델리아에게도 음식을 건넨다.

아즈카 (러시아어) 저 사람은 누구야? 엄마는 왜 자꾸 음식을 나눠줘?

송윤경 아즈카를 보면 우리 딸이 생각납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우리 딸.

비염이 심해 늘 콧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걸 닦으라고 손수건을 목에 매줬는데 답답하다고 자꾸만 끌러냅니다.

김아델리아, 슬쩍 아즈카를 바라본다.

딜퓨자 (러시아어) 함께 열차를 탄 사람이지.

아즈카 (러시아어) 내가 내일 먹으려고 한 건데.

딜퓨자 (러시아어) 내일 먹을 건 또 있어.

아즈카 (러시아어) 이러니까 8년이 걸렸지.

딜퓨자 (러시아어) 뭐?

아즈카 (러시아어) 할머니가 그랬어.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송윤경 반에서 키가 제일 작아 속상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키가 나보다 3센치는 더 커졌어요. 그 애는 자꾸만 자랐습니다.

아즈카 (러시아어) 아빠는 3년 만에 돈을 모았는데 엄마는 8년이 걸렸어.

딜퓨자 (러시아어)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니?

아즈카 (러시아어) 그래서 아빠가 먼저 가버린 거랬어.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아빠가 엄마를 버린 거야.

송윤경 엄마가 손수건을 매주지 않아도 될 만큼 자랐습니다.

딜퓨자와 아즈카, 김아델리아를 바라본다.

김아델리아, 자기가 뱉은 말에 스스로 놀라는 듯.

사이.

송윤경 (먹으며) 러시아 말을 하는 학생이었구나. 멋져라.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죄송합니다.

네 사람, 말없이 스프를 먹는다.

3장

울란우데

밤.

네 사람 모두 잠들어있다.

송윤경 나는 오늘도 꿈을 꾸고 있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낙지 요리입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음식에선 아무런 맛도 나지 않습니다. 민주 아빠가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민주는 옆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해 말을 한 마디 건넵니다. 낙지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네요, 여보.……. 민주 아빠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화가 난 것 같아요. 안 돼요. 그 이를 화나게 하면……. 아뇨, 저 사람이 외로워서 그래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거든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대요. 민주 아빠는 벌써 식사를 마친 뒤입니다. 민주 아빠는 언제나, 나보다 한 뼘 앞서갔습니다. 한 걸음. 한 자.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멀리…….

송윤경, 일어난다.

송윤경 나는 이르쿠츠크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노어노문학과 교수거든요. 이번에 학과장이 됐어요. 남편은 바이칼 호를 사랑합니다. 매년 그곳으로 출장을 가요. 가끔은 민주를 데려갈 때도 있었습니다. 민주도 바이칼 호를 좋아했습니다. 남편도 이십 대에는 나처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서 치바, 울란우데를 지나 이르쿠츠크에 도착합니다. 거기에서 다시 몇 시간 차를 타고 가면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호수. 바이칼 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호수. 이 얘기를 할 때 남편의 눈은 꼭 그 호수처럼 빛났습니다. (사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스물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좋은 날이었습니다. 1월. 스물아홉 번째, 1월.

날이 밝는다.

사람들 일어나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옷을 갈아입고, 음식을 먹는 등.

송윤경 이들은 모두 나와 함께 있습니다. 이 기차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48시간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김아델리아와 아즈카, 종이를 가지고 장난치듯 뛰어다닌다.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아즈카! 이리 줘!

아즈카 (러시아어) 엄마! 이것 봐! 누나가 날 그렸어.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너 아니거든!

딜퓨자 (러시아어) 와, 정말 잘 그리네. 화가니?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난 그냥 학생이에요.

송윤경, 그림을 얼떨결에 받게 되고, 본다.

송윤경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민주던가. 민주 아빠던가. 종종 날 그린 그림을 보여주곤 했는데.

김아델리아 (손 내미는)

송윤경 근데 실력은 형편없었지.

김아델리아 (빼앗는) 형편?

송윤경 아니, 아니야. (웃으며) 그림을 참 잘 그리네.

김아델리아 그냥. 그냥. 그림.

딜퓨자 (러시아어) 아즈카. 얼른 가서 세수하고 오라니까.

아즈카 (러시아어) 싫은데!

아즈카, 깔깔거리며 다른 칸으로 도망친다.

딜퓨자, 지친 듯 앉는다.

송윤경 힘들죠?

딜퓨자 (알아듣는 듯, 끄덕이는)

송윤경 나도 딸이 있어요. 이름이 성민주.

송윤경, 통역해 달라는 듯, 김아델리아를 본다.

김아델리아 …….

송윤경 (계속 본다)

김아델리아 (한숨, 러시아어) 딸이 있대요. 성민주.

딜퓨자 송?

송윤경 (크게 웃는) 송? 아니, 아니. 성! 성민주.

딜퓨자 송, 민즈?

송윤경 (왠지 기분 좋아 보이는) 성이라니까, 성.

아즈카,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아즈카 (러시아어) 엄마! 주웠어! 이거 주웠어.

딜퓨자 (러시아어) 아무거나 주워오면 안 돼. 큰일 나.

아즈카가 시무룩해진다.

송윤경이 받아서 보면, 매니큐어다.

송윤경 매니큐어네. 색이 곱다.

아즈카 (러시아어) 아줌마가 뺏어갔어.

송윤경 (아즈카에게, 몸짓하며) 이거 발라줄까?

아즈카 (엄마 뒤에 숨는)

송윤경 괜찮아. 하나만 발라줄게.

아즈카, 머뭇거리며 다가간다.

송윤경, 아즈카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준다.

송윤경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어릴 때 우리 민주 손에도 매니큐어를 칠해줬었는데.

아즈카의 작은 손을 잡고 붓질을 하자, 놀랍게도.

딜퓨자 (빤히 보다가, 자기도 해달라는 시늉)

송윤경 (딜퓨자의 손에 발라주며) 놀랍게도 떠오른 기억.

김아델리아 (자기도 손을 슬쩍 내민다)

송윤경 (김아델리아의 손에 발라주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자신의 손에도 칠하는) 바로, 나였습니다.

사람들 즐거워한다.

그 때, 나쟈가 들어온다.

사이.

나쟈 (우울한 얼굴, 러시아어) 안녕.

느릿한 나쟈의 행동에 모두들 침묵.

밤이 된다.

김아델리아는 침대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고

딜퓨자와 아즈카는 잘 준비를 하고 있다.

나쟈는 멍하니 창밖을 본다.

송윤경 나쟈는 러시아 사람이었고, 꼭 우리 시어머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얼굴이요. 아들을 낳으라고 닦달할 때만 불타던 그 얼굴.

잊을 수가 없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나는 울음이 날 것 같습니다.

나쟈 (러시아어, 러시아 민요 - 카츄샤(Катюша)

노래)

Расцветали яблони и груши

(라스쯔비딸리 야블라니 이 그루쉬)

사과꽃 배꽃이 피었지

Поплыли туманы над рекой

(빠쁘일리 뚜마느이 나드 리꼬이)

강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Выходила на берег Катюша

(브이하질라 나 베롁 까쮸샤)

까츄샤는 강 기슭으로 갔지

На высокий берег на крутой

(나 브이쏘끼 베롁 나 끄루또이)

높고 험한 강 기슭으로

송윤경 나쟈의 구슬픈 러시아 민요가 열차를 가득 채우고,

승객들은 모두 지쳐갔습니다.

나쟈 (계속 노래하는)

Ой! ты песня песенка девичья

(오이! 뜨이 뻬스냐 뻬센까 제비치야)

오! 노래야 처녀의 노래야

Ты лети за ясным солнцем вслед

(뜨이 리찌 자 야스님 쏜쩸 프슬롓)

날아라 밝게 빛나는 태양을 따라 날아라

И бойцу на дальнем пограничье

(이 바이쭈 나 달님 빠그라니치이)

그리고 머나먼 국경의 병사에게

От Катюши передай привет

(아트 까쮸쉬 뻬례다이 쁘리볫)

카츄샤로부터의 사랑을 전해다오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불만 섞어) 카츄샤가 이렇게 슬픈 노랜지 몰랐네.

송윤경 이르쿠츠크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김아델리아는 잠을 잔다.

딜퓨자는 아즈카를 데리고 나간다.

송윤경 아즈카를 씻기러 딜퓨자가 나가고, 아델리아가 잠들자

나쟈와 나는 둘이 남았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열차는 이르쿠츠크에 다다를 것입니다.

나쟈 (러시아어) 이봐요.

송윤경 네?

나쟈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송윤경 그 순간 나쟈가 가방에서 권총이라도 꺼내

자기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상상을 했습니다.

나쟈 (송윤경에게 내밀면, 송윤경이 가진 마트료시카와 같은 것이다)

송윤경 마트료시카?

나쟈 (송윤경의 것을 가리킨다)

송윤경 블라디보스토크?

나쟈 (고개 젓는) 울란바토르.

송윤경 울란바토르?

나쟈 (러시아어) 거기로 남편과 여행을 갔었지.

송윤경 뭐라는 거야.

나쟈 (러시아어) 그리고 나는 혼자가 됐어. 남편이 죽었거든.

송윤경 (아는 러시아어) 안녕하세요.

나쟈 (러시아어)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떠나버렸어. 그것도 몽골에서.

송윤경 (아는 러시아어) 고맙, 고맙습니다?

나쟈 (러시아어) 우리는 자식도 없었어. 고양이만 세 마리 있었지.

난 그 고양이에게 가는 중이야. 물론 걔들도 다 죽었지만.

모스크바. 거기에 그 애들이 있어.

송윤경 모스크바?

나쟈 모스크바.

송윤경 모스크바에 간다는 건가.

나쟈 (러시아어) 저기 그 애들이 있어. 날 기다리고 있는 거야.

남편 같은 건 상관없어. 고양이가 죽은 땅에서 나도 죽겠어.

송윤경 (러시아어, 따라하는) 고양이.

(한국어) 민주 아빠가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사이) 개였나.

(개 따라해 보는) 멍멍! 으르릉?

김아델리아가 잠에서 깨 그들을 바라본다.

나쟈 …….

송윤경 …….

나쟈 (창밖을 보는, 러시아어) 살아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죽어서 묻힌 것만이 나를 기억하는 거야.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거든.

김아델리아 나는 언제나 움직여야 했습니다.

나쟈 (러시아어) 살아있는 것들은 늘 움직이니까 기억될 수 없어.

김아델리아 살기 위해서. 살아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나쟈 (러시아어) 나는 멈춰 버린 것들을 사랑해.

김아델리아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립니다.

나쟈 (러시아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

김아델리아 기억하기 위해. 잠시라도, 멈춰있기 위해.

송윤경, 창밖을 바라본다.

송윤경 창밖 풍경이 참 좋죠. 낮에는 더 예뻐요.

하얀 나무들이 주르륵 서있는데, 꼭 설탕을 발라놓은 것처럼.

나쟈 (러시아어) 물론 남편도 이젠 죽어버렸지만

그 인간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거든.

송윤경 가지들이 어쩌면 저렇게 많이 뻗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나쟈 (러시아어) 움직이는 건, 이 열차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송윤경 외롭지는 않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나쟈 (러시아어) 너는 나랑 닮았어.

딜퓨자가 잠든 아즈카를 업고 들어와 자리에 눕힌다.

송윤경 한국에서는요, 가지를 치거든요. 사람이 이렇게 가위로 잘라내는 거예요.

러시아 나무도 가지를 치겠죠?

나쟈 (러시아어) 그런 생각이 들어.

송윤경 나는 그걸 보면 슬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내 새끼… 피지도 못하고 지는 새끼들.

나쟈 (러시아어) 너는 어디로 가는 거야?

송윤경 바이칼 호. 1월에 나는 거기로 가야 해요. 더 이상 잃을 수 없어요.

나쟈 (러시아어) 바이칼 호.

송윤경 1월. 1월에 세 번. 세 명을 잃었어요. 내 배에서.

나쟈 (러시아어) 뭘 바라보는 거야?

김아델리아 (무심코, 한국어로) 뭘 바라보는 거야?

그러나 송윤경은 김아델리아의 목소리를 미처 듣지 못한다.

송윤경 텅 비어버리지 않게 꼭 끌어안고 있습니다.

(배를 감싸 안는)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않게.

그런데 이상하죠. 끌어안을수록 자꾸만 비어갑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있던 내장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사이)

그 날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낙지를 먹고 나는, 위액이 나올 때까지 구토를 했습니다.

4장

이르쿠츠크

기차가 멈춘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고, 딜퓨자와 아즈카는 내릴 준비를 한다.

나쟈도 짐을 챙긴다.

김아델리아는 잠든 송윤경 옆을 지키고 있다.

송윤경은 열병을 앓고 있다.

딜퓨자 (러시아어) 송은 아직도 열이 높아?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약 기운에 잠든 것 같아요. 조금 나아졌어요.

아즈카 (러시아어) 엄마, 졸려.

딜퓨자 (러시아어) 이르쿠츠크에 다 왔는데…….

나쟈 (러시아어) 괜찮아. 바이칼 호에는 내가 대신 갈 거니까.

딜퓨자 (러시아어, 김아델리아에게) 뭐가 괜찮다는 거야. 본인도 아니면서.

나쟈 (러시아어) 송이 발음한 바이칼 호를 들으니, 반드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딜퓨자에게) 그러게요. 모스크바에 간다더니.

나쟈 (러시아어) 송에게 꼭 전해줘. 또 만나자고.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알겠어요.

사람들, 짧은 인사를 마치고 모두 내린다.

열차는 다시 출발한다.

김아델리아, 잠든 송윤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다.

5장

모스크바

송윤경 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아주 기나긴 꿈입니다.

바이칼 호 앞에 서 있습니다. 거기에는 내 남편이 있습니다.

남편은 호수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그곳을 바라봅니다.

나도 그 호수를 바라봅니다.

녹색의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는 넓고 차분합니다.

그 안에서 나는 내 아이들을 봅니다.

내 뱃속에서 멈춰버린 아이들을 봅니다.

우리 민주는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민주를 찾습니다.

민주, 넓고 차분한 나의 민주.

민주는 남편의 옆에 서있습니다.

나는 민주와 그 이를 부릅니다.

분명히 부르고 있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나는 말을 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남편과 민주는 가만히 호수를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이내 돌아서버립니다.

다른 호수로, 다른 호수로 떠나버립니다.

그 호수엔 다른 엄마가 있습니다.

민주가 그 사람을 엄마라고 부릅니다.

호수 같이 반짝이는 목소리로 엄마, 하고 말합니다.

민주를 뱄던 몸을 가진 엄마입니다.

남편은 그 엄마에게 민주 엄마, 라고 말합니다.

나는 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여보----!

민주야--------!

하지만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호수를 바라봅니다.

넓고 차분한 바이칼 호.

김아델리아 …줌마!

송윤경 거기에 내 아이들이 있습니다.

나는 호수로 걸어갑니다.

김아델리아 아줌마.

송윤경 천천히 그 곳으로, 천천히.

김아델리아 아줌마!

김아델리아가 흔들자, 송윤경이 깨어난다.

김아델리아 들어? 정신?

송윤경 …어디쯤 왔니.

김아델리아 모스크바.

송윤경 모스크바.

김아델리아 날이 밝으면, 모스크바.

송윤경 모스크바? 이르쿠츠크가 아니라?

김아델리아 아줌마, 아파. 이르쿠츠크. 갔어.

송윤경 (두리번거리는) 다들, 갔어? 내렸어?

김아델리아 떠났어. 다.

송윤경, 허망해진 채.

송윤경 지나버렸구나. 바이칼 호.

김아델리아 모스크바, 좋아.

송윤경 …너도 모스크바에 가?

김아델리아 (끄덕이는)

송윤경 모스크바……. 종점이구나.

김아델리아 왜. 바이칼 호?

송윤경 응?

김아델리아 가? 왜?

송윤경 그냥. 다들 가는 곳이라서.

김아델리아 누구.

송윤경 내 남편. 우리… 민주.

김아델리아 그래서? 가? 다들 가는 곳?

침묵.

열차 소리만 들린다.

송윤경 너는 왜 모스크바에 가?

김아델리아 모스크바에서 카자흐스탄.

송윤경 카자흐스탄?

김아델리아 집.

송윤경 그런데 왜 러시아에 있었어?

김아델리아 러시아. 아니. 한국.

송윤경 한국에 있었어? 그래서 한국말을 잘 하는 구나.

김아델리아 증조할머니. 고려인.

송윤경 고려인. (사이) 귀화.

김아델리아 난. 아니. 난, 한국 고향 아니.

송윤경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니?

김아델리아 (끄덕이는)

송윤경 그런데 왜 혼자 가?

김아델리아 엄마. 할머니. 한국에.

송윤경 집이 한국에 있는데 혼자 카자흐스탄에 가는 거야?

김아델리아 …한국에 태어나지 아니. 한국 나 사랑하지 아니. 왜 한국 내 집?

송윤경 …….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한국이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 혼자 거길 집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잖아. 고려인 4세라고 스무 살이 되면 한국에서 나가라는데, 집도 아닌 곳에서 쫓겨나긴 싫었어. 난 내 발로 당당하게 나왔어.

(한국어) 나 돌아가. 내 집에.

송윤경 …그 집엔 누가 있지?

김아델리아 아무도.

송윤경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집이 무슨 소용이야?

김아델리아 …….

송윤경 아무도 없는 집이 무슨 집이야.

김아델리아 나 있어.

송윤경 뭐?

김아델리아 (힘주어) 내가, 있어.

사이.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나는 나이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가.

아무도 나를 움직일 수 없어. 나만이 날 움직이게 할 거야.

당신도 당신일 수 있는 곳으로 가.

사이.

송윤경 그 때.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애의 러시아 말을 듣는 순간, 생각이 났습니다.

남편이 낙지를 먹으면서 했던 말. 1월, 그 날의 말.

그건- 러시아어였습니다. (허탈한 웃음) 러시아어.

(어설픈 러시아어로) 당신도 당신일 수 있는 곳으로 가.

내가 알아들을 수도 없었던.

그래요,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티켓을 샀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가족에게 화가 났습니다.

끔찍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텅 빈 언어.

사이.

송윤경 그 말을 찾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당신도 당신일 수 있는 곳으로 가.

송윤경 그러나 이제, 그 말의 뜻을 몰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당신도 당신일 수 있는 곳으로 가.

두 사람, 가만히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송윤경 …해 뜨네.

김아델리아 모스크바. 아침.

송윤경과 김아델리아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송윤경이 마트료시카를 챙기는데, 하나가 없다.

송윤경 (세며) 하나, 둘…… 셋이 없잖아.

김아델리아 (러시아어) 우즈카가 가져갔네.

송윤경 우즈카? 아, 그 녀석이……!

김아델리아 (웃는)

송윤경 우리 민주 주려고 산 건데…….

그 때, 김아델리아가 자신의 가방에서 똑같은 마트료시카를 꺼낸다.

송윤경 아니…….

김아델리아 니쟈. 할머니. 선물. 나.

마트료시카를 열었는데, 안이 텅 비어있다.

김아델리아 근데 하나.

송윤경,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김아델리아, 함께 웃는다.

열차가 천천히 멈추기 시작한다.

김아델리아 나. 선물. 아줌마.

김아델리아가 그림을 선물한다.

송윤경을 그린 그림이다.

삐뚠 한국어로 ‘성윤경’이라고 써있다.

송윤경 이건 ‘성윤경’인데.

김아델리아 (유심히 보는) 송윤경.

송윤경 아니야. 이건 성. 나는 송.

김아델리아 미안.

송윤경 (빤히 보다가)

송윤경, 펜으로 ‘성’에 엑스 치고 ‘송’이라고 바르게 쓴다.

그리고 자신의 마트료시카에서 첫 번째만 남기고 나머지를

김아델리아의 마트료시카 안에 넣어준다.

송윤경 (따라하며) 아줌마. 선물. 너.

열차가 완전히 멈추고, 문이 열린다.

송윤경 모스크바. 여기가 모스크바.

김아델리아 김아델리아.

송윤경 (보면)

김아델리아 내, 이름.

송윤경 김아델리아.

김아델리아 (끄덕이는)

송윤경 송, 윤, 경.

내 이름.

송윤경.

두 사람, 웃으며 열차에서 내린다.

모스크바를 향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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