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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이원하

입력
2018.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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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이원하씨
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이원하씨

한 사람보다 한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난겨울, 저는 네팔에 있었어요. 바람이 시작되는 곳 묵티나트에서 포카라까지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야크를 키우는 집에 들어가 질 좋은 치즈를 사 먹기도 하고 11월에 핀 꽃들을 구경하면서 걷는 여행이었죠. 매일 산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마지막 날이었을 거예요. 길을 안내해주던 네팔인 수잔이 일행 모두를 불러 세웠어요. 수잔은 5분 뒤에 재미있는 것을 알려줄 테니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돌멩이 하나씩을 주우라고 했어요. 우리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돌을 하나씩 주웠습니다. 5분 후 도착한 곳은 경사가 가팔라 사람이 내려갈 수 없는 곳이었어요. 저 멀리에 반토막난 나무가 있었고 댕강 잘려나가 평평해진 부분에는 여러 크기의 돌들이 쌓여있었답니다. 수잔은 돌을 던져서 그 부분에 안착시키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말했어요. 우리들은 차례차례 돌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그중 저만 안착에 성공. 그대로 눈을 감고 시인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네팔의 좋은 기운 덕분이었을까요. 오늘부터는 제가 쓴 시를 더 이상 혼자만 읽지 않아도 되네요. 이제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나서 며칠간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 제주에서 김포를 오가는 비행기를 몇 번 탔어야 했는데요. 그 안에서 잔뜩 겁을 먹어야 했답니다. 이 멋진 소식을 아직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는데 비행기가 추락해버릴까 봐서요. 만약 추락한다면 휴대폰의 비행모드를 해제시키고 몇몇 사람들에게 나의 당선 소식을 반드시 알리고 죽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때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이병률 선배님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황인찬 선배님, 김동영 작가님. 그리고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시를 위해 제주에 머물 것 같아요. 가끔씩 제주가 아닌 곳에 다녀오고 싶을 땐 기꺼이 다녀올 거고요. 그곳이 동남아든 유럽이든, 어디든지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낯선 것들이 풍부한 공간에 있어야, 제게 시가 오기 때문입니다.

이원하

1989년 서울 출생

연희미용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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