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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평

입력
2018.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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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왼쪽) 문학평론가와 은희경 소설가가 2018 신춘문예 소설 응모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이광호(왼쪽) 문학평론가와 은희경 소설가가 2018 신춘문예 소설 응모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예심을 통해 올라온 후보작들은 12편이었다. 12편의 소설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설의 가능성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소설의 가능성이 미지의 개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관심이었다. 1차적으로 선택된 소설은 ‘도마뱀들의 계단’, ‘후장’, ‘다소 낮음’, ‘나선 은하’, ‘( )’ 였다. ‘도마뱀들의 계단’의 이야기 능력, ‘후장’의 유머와 재치, ‘다소 낮음’의 공감할만한 감성은 인상적인 것이었으나,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나선 은하’, ‘( )’였다.

‘나선 은하’는 흥미로운 상상력이 주는 매력과 결정적인 약점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었다. 읽는 이를 매혹시키는 첫 문장과 독특한 상상과 기묘한 분위기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짐작하게 했다. 문제는 문장이었다. 매혹적인 문장과 오문과 비문이 섞여 있었고, 어떤 문장들은 문법적인 호응이 되지 않았다. 미완의 재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으나, 소설에서 문장이란 소설적 육체의 결정적인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이 결점을 짐짓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 )’는 ‘나선 은하’와는 반대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문장은 정갈하고 시적이었다. 담백한 단문들로 이어진 문장들은 정확하고 섬세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없지만 환상적인 이미지와 소설을 지배하는 아득한 슬픔의 정조는 투명한 감각을 선사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젊은 작가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연상시키는 것은 아쉬움이었지만, 이런 문장을 무기로 가지고 있다면 글쓰기의 도약은 충분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로서의 괄호의 상상력은 종말론적인 비전으로 확장되고, 결국 수채화로 그린 듯한 묵시록의 이미지를 남겨 놓는다. 단편에서 중요한 것은 글쓰기의 자유도를 소설의 평균적인 완성도라는 잣대를 무화시키는 데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가 하는 점, 결점조차 소설의 다른 가능성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모든 글 쓰는 자들의 건투를 빈다.

은희경 소설가・이광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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