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학생 감소 은평구 은혜초
내년 신입생 60명 정원의 절반뿐
서울 초등생 20년간 42% 줄어
저출산 심각… 학교 통폐합 도미노
서울 은평구 사립초인 은혜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청에 폐교 인가를 신청하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전국적으로 학교 통ㆍ폐합 공방이 거센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서울 지역, 그리고 사립학교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31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은평구에 위치한 은혜초는 지난달 28일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학부모들에게 “올해 2월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됐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학교 측은 해당 안내문에서 “2018학년도 신입생 지원자 수가 정원 60명 대비 절반에 그치는 등 수년간 학생결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재정적자 규모가 너무 커 2018년 2월 말 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사립초가 입학생 감소를 이유로 폐교를 신청한 경우는 은혜초가 처음이다. 1966년 학교법인 은혜학원이 설립한 이 학교에는 초기만해도 1,500명 안팎의 재학생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교생이 정원(360명)의 65% 수준인 235명에 불과하다. 학교 공시정보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14년 62명이던 은혜초 입학생 수는 2015년과 2016년 60명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44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학교에서는 수년 간 정원 미달이 계속되자 교장이 무급 근무를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단 1명이라도 폐교를 반대하면 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폐교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단 이사회에서 이미 “2018학년도에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져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은평구 지역 학부모 김모(47)씨는 “이미 은혜초 학생 일부가 인근 신도초 등으로 전학 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은혜초의 폐교 인가 신청으로 전국 17개 시ㆍ도 중에서 아직까지는 학교 통ㆍ폐합 필요성이 크지 않은 곳으로 꼽혔던 서울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교육청 소속 폐교학교 수(매각 폐교 포함)는 총 2개교로 17개 교육청(평균 216.6개교) 중 가장 적었고,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도 3개교로 최하위(평균 107.7개교)에 머물렀다. 하지만 서울 지역 초등학생은 1997년 75만6,542명에서 2016년 43만6,121명으로 20년간 42.4%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가팔라 향후 은혜초 같은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공립이 아닌 사립학교가 폐교를 신청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새해부터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학교 영어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등 사립학교에 불리한 교육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사립학교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부 유명 사립초는 여전히 학생들이 몰리겠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립초는 도태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질 거라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대폭 감소하면서 앞으로 학교 통ㆍ폐합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고려를 항상 하고 있다”며 “학교 폐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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