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평범한 소시민이 주인공”
26년 차 무명배우 최교식씨 내세워
그림 126년차 배우 최교식씨가 30일 오후 ‘2017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시상하기 전 시상식 참석 소감을 밝히고 있다. MBC 제공
“연기하면서 시상식에 온 건 처음이에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지난달 30일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시상자로 나선 단역배우 최교식은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MBC 사장이 아닌 단역배우, 그것도 무명배우가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최교식은 시상식에서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수 많은 무명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MBC는 “평범한 소시민이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자”며 최교식을 시상자로 결정했다. ‘연기대상’을 연출한 박현석 PD는 “MBC 총파업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열린 시상식인 만큼 서민을 대표하는 단역배우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달라지겠다’는 MBC의 다짐을 상징하는 얼굴로 최교식을 내세운 셈이다.
최교식은 3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료 배우와 친구들에게 축하 문자를 120여 통 받았다”며 “모든 게 신기하고 아직까지 심장이 뛴다”고 말했다. 이어 “시상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니 최승호 MBC 사장이 격려하고 응원해 줬다”며 “작은 구성원이 주목 받는 이런 뜻 깊은 시상식이 앞으로도 계속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의 최교식은 1992년 연극 ‘등신과 머저리’로 연기를 시작해 26년간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다. 사극 속 이름 없는 백성, 현대극의 노동자 등 주로 돈 없고 빽 없는 역할로 서민을 대변했다. 최교식은 이번 ‘연기대상’에서 8관왕에 오른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 역시 단역으로 출연했다. 지난해 4월 ‘역적’ 26화에서 홍길동(윤균상)과 함께 싸우다 죽는 이름 없는 백성 역을 맡아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최교식에게 연기대상을 받은 김상중은 “백성의 아픔을 절절하게 연기해 대미를 장식한 최교식님의 모습이 드라마의 주제였다”며 박수를 보냈다.
최교식은 이달 24일 첫 방송하는 tvN 드라마 ‘마더’에서 대부업자 역으로 시청자와 다시 만난다. 그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서민 역할을 좋아했다”며 “앞으로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평생 연기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그림 2단역배우 최교식은 4월 MBC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26화에서 마지막 장면을 장식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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