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통합 투표 74.6% 찬성
安 “통합에 힘 실어달라”
투표 무효론 일축하며 호소
반대파는 ‘통합 저지기구’ 발족
安 대표에 선전포고… 분열 심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0%가 넘는 당내 찬성 여론에 힘입어 바른정당과 통합신당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반대 진영에서 ‘통합저지기구’까지 출범시키며 내전을 확대하고 있는 게 난관이다. 이 때문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안 대표에 ‘당내 합의’가 우선이라는 뜻을 전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안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범개혁정당’ 추진 구상을 밝혔다. 앞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부터 30일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바른정당과 통합 여부 및 안 대표 재신임 여부에 응답자의 74.6%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23.0%로 집계됐다.
안 대표는 “합리적 진보와 새로워지려는 보수가 함께 범개혁정당을 만들어보겠다”며 “통합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투표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당이 지금처럼 머뭇거리다가는 소멸된다는 강한 채찍질을 해준 것”이라며 “지긋지긋한 기득권, 구태, 패권 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호남계 등 당내 반대파의 ‘투표 무효론’을 두고는 “75% 이상의 찬성에도 더 논란을 벌이는 건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투표율이 저조해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박지원 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때도 투표율이 19%였다”고 맞받아쳤다. 통합 반대파는 당규의 ‘최소 투표율’(전 당원의 3분의 1) 규정 등을 이유로 법원에 투표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안 대표는 “(통합 의결) 전당대회도 당연히 거쳐야 할 것”이라며 당장 새해부터 통합 추진 절차를 밟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의 집단행동이 변수다. 이날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 이용주 장정숙 최경환 박주현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야합을 즉각 중단하고 안 대표는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수야합을 저지하는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의 출범을 알린다”며 안 대표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통합 의결 전대를 둘러싸고 양측의 ‘강 대 강’ 충돌이 우려된다.
전당원투표로도 정리되지 않은 국민의당의 복잡한 상황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서 “안 대표를 재신임하고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당원들의 뜻이 확인돼 환영하고, 축하 드린다”면서도 “이번 당원 투표를 계기로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당장 통합신당 구상을 밝힌 안 대표와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진다. 유 대표가 안 대표에 당장 화답하지 않지 않은 건 국민의당 내분 정리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투표로 내부 논란이 종식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당 수습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통합을 한다 해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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