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구 1000명당 신고건수 전국 8번째
전문가들 “젊은층 많고 민감성 높기 때문”
시설 편법ㆍ부실 운영 관리감독 강화 요구도
지난 2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왜 항상 아동학대 어린이집은 인천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뉴스가 나오면 배경이 인천인 경우가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에선 아동학대 사건이 꾸준히 발생했다. 최근에는 인천 서구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41ㆍ여)씨가 원생 B(6)군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A씨가 B군의 머리를 2차례 강하게 때리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원생들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연수구 한 어린이집 원장 C(55ㆍ여)씨와 그의 딸인 보육교사 D(3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1, 2세 아이들을 두 다리 사이에 끼우고 밥을 강제로 먹이고 때리거나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1월 30대 보육교사가 네살 여아가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도 인천 송도동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어린이집 CCTV 설치와 영상 60일 이상 보관을 의무화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2012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4개월간 집에 감금된 채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구둣주걱으로 맞는 등 친부(34)와 그 동거녀(38)에게 학대를 당하다 혼자서 맨발로 탈출한 11살 소녀 사건도 인천 연수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 이후 전국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돼 경기 부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2016년 아동학대의심사례 신고건수 및 아동인구 1000명당 피해아동 발견율(단위: 건, %)
자료: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그렇다면 아동학대가 인천에서 정말 많이 발생했을까?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달 공개한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의심사례 신고접수 건수는 모두 2만5,878건에 달했다. 경기가 5,953건(23.0%)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3,439건(13.3%), 인천 1,823건(7.0%), 전북 1,7775건(6.9%), 경북 1,677건(6.5%) 등 순이었다. 기초자치단체에선 경기 안산시 단원구 542건(2.1%), 인천 남동구 477건(1.8%), 안산시 상록구 399건(1.5%)가 1~3위를 차지했다.
반면 아동인구 1,000명당 피해아동 발견율은 전북이 4.66%, 전남 4.23%, 강원 4.01%, 충북 3.50%, 울산 3.18%, 경북 2.51% 순이었다. 인천은 2.32%로 8번째였다. 전국 평균은 2.15%였는데, 아시아 선진국 피해아동 발견율이 4~8%에 이르는 만큼 2.0% 가까이 숨겨진 피해아동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성인을 포함한 인구 1,000명당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전북이 0.9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0.84건, 강원 0.82건, 충북 0.77건, 제주 0.7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은 경북과 함께 0.62건으로 7번째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는 사례가 많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어린이집ㆍ유치원에서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해자의 80%는 부모”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대행위자의 80.5%는 부모였다. 보육교직원은 3.1%,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는 1.4%에 불과했다. 학대 발생 장소도 가정이 82.2%, 어린이집ㆍ학교ㆍ유치원은 3.2%였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인천, 경기는 젊은 층이 많아 영유아 인구 비중이 높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시설 종사자나 부모들의 내부 고발, 신고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들이 관습, 관행에 젖은 채 편법, 부실 운영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시설들도 높아진 학부모들의 기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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