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굴 스키 최재우 평창 올인
지난주 월드컵 이틀 연속 4위
전담팀 지원으로 경기에만 집중
개막 앞두고 4차례 월드컵서 담금질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은 단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총 53개(금 26ㆍ은 17ㆍ동 10)의 메달은 모두 빙상(쇼트트랙ㆍ스피드스케이팅ㆍ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나왔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설상 최초의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모굴 스키 간판 최재우(23ㆍ한국체대)는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후보다. 스노보드 이상호(22ㆍ한국체대)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는 최재우가 먼저 치른다. 최재우는 내년 2월12일 모굴 결승을 치르고, 이상호는 2월24일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 결승에 나선다.
올 시즌 최재우의 페이스는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주 중국에서 열린 2017~18시즌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월드컵 대회에서 이틀 연속 4위에 올랐다. 메달권 진입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월드컵 대회에서 선전을 펼치며 평창 올림픽 희망을 밝혔다. 이달 초 핀란드 월드컵에서 6위에 올랐고, 이후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머물렀다. 최근 흐름을 비춰볼 때 홈 코스의 이점까지 더하면 올림픽 메달 획득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
29일 강원 휘닉스 평창에서 만난 최재우는 “평창 올림픽을 위해 차도 팔고, 술자리도 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모두 피했다”며 “이제 새로운 기술을 준비하는 것은 늦었고, 할 수 있는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어 올림픽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올림픽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최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최재우는 “당연히 기분 좋고, 더욱 자신감도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월드컵 대회에서도 4등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다음 대회에서 바로 다쳤다”며 “그래서 이번엔 좋은 성적에도 오버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4년 전 소치 올림픽 경험도 큰 자산이다. 15세였던 2009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최재우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1차 결선 당시 10위를 차지한 뒤 12명이 겨룬 2차 결선에서 실수로 코스를 이탈해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최재우는 “4년 전에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과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경험해봐서 소치 출전은 도움이 됐다”며 “이제 슬럼프도 이겨낼 노하우도 생겼다”고 밝혔다.
든든한 지원군도 곁에 있다. 소치 올림픽 때는 토비 도슨이 유일한 코치였지만 2014년 11월11일 대한스키협회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전담 코칭스태프 체제가 모굴 팀에도 적용돼 평창 올림픽 코스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성태 코치가 합류했고, MOU를 체결한 미국스키협회의 추천을 받아 스키 종목 전문 트레이너 마이클 도미닉도 가세했다. 도미닉은 영상 분석도 같이 한다. 최재우는 “전담 팀이 갖춰져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기뻐했다.
‘모굴 스키의 메시’로 통하는 절대 강자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2015년과 2016년까지 내 위치도 모르고 상대 선수들을 생각하니까 집중을 못했다”면서 “이제는 나한테만 집중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드를 탈 때 무의식적으로 타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나도 모르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면 결과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는데, 달콤한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지 말라’고 욕을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최재우는 올림픽 전까지 네 차례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다음 대회는 내년 1월 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다. 그는 “지금 붙은 자신감과 컨디션을 유지하다 보면 올림픽이 다가올 것”이라며 “메달 상상을 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평창=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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