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족 통화내역 공개
늑장 구조 논란 또 도마 올라
8시1분 통화 미스터리는
“실제 통화 아닌 음성사서함”
/제천 노블 휘트니스 센터 참사 희생자 29명의 위패가 모셔진 제천체육관 합동분향소 입구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유가족과 조문객이 붙인 포스트잇. 연합뉴스
충북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센터 화재 당시 최초 신고 후 1시간19분이 지난 시점에도 일부 희생자가 생존해 있었다는 유족의 주장이 나왔다.
29일 유족대책위가 공개한 희생자 11명의 통화 내역을 보면 고 김다애(18)양의 아버지는 “21일 오후 5시12분 딸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기침소리와 신음소리를 들었는데 그 뒤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양이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통화는 화재신고가 접수된 21일 오후 3시53분 이후 1시간 19분이 지난 뒤다. 특히 소방당국이 유리창을 깨고 건물내부로 진입한 시점인 이날 오후 4시38분 이후에도 30분 이상 생존해 있었다는 주장으로 다시 한번 늑장구조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김양은 화재 발생 6분 뒤인 이날 오후 3시59분 아버지와 첫 통화를 했다. “아빠 불 났어”라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양의 아버지는 “빨리 피신해. 아빠가 갈게. 수건으로 입 막고 있어”라고 다급히 말했다. 이후 김양이 오후 4시2분부터 4시10분까지 세 차례 통화에서 “앞이 안 보여. 문도 안 열려”라고 하자 아버지는 “조금만 참아, 소방관 왔으니까. 힘드니까 말하지 말고”라며 딸을 다독였다. 그러나 김양은 오후 5시12분 마지막 전화 뒤 건물 8층 현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유족대책위가 공개한 통화내역에는 “앞이 깜깜하고 하나도 안 보인다” “당신 차가 보여요. 유리창이 안 깨져요” “공기가 부족해 숨막혀 여보 빨리” 등 안타까운 당시 상황이 담겼다. 대책위는 “유족들의 기억을 토대로 자신이 했던 말과 희생자가 전달한 통화 내용을 작성한 것”이라며 “이들이 희생자들에게 전화를 한 시점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재 당일 오후 8시1분쯤 20초 가량 희생자와 통화를 했다는 휴대전화 기록은 실제 통화가 아닌 음성사서함(VOLTE)으로 연결된 것으로 결론 지었다. 경찰은 또 같은 날 오후 5시18분쯤 건물 내부에 있던 희생자가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은 다른 사람의 통화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30분 가까이 화재신고가 지연됐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노블 휘트니스 스파 주변 다수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21일 오후 3시25분쯤 발화돼 진화가 이뤄졌다는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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