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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맞아 '트럼프의 백악관' 뒷이야기도 솔솔

입력
2017.12.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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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세번째)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소방관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세번째) 미국 대통령이 27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소방관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한 회의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핵심 참모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외교, 안보, 경제 등 현안 점검을 위해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이 경제, 안보와 관련해 다른 국가들에 어떤 의무를 지니고 있는지를 이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0분간 브리핑을 듣고 난 뒤 오히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 한국 등과의 무역협정 조건 등에 대해 따져 물은 뒤 이렇게 선언했다고 한다. “전후 국제질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반란을 일으키는 자 트럼프, 70년 미국 외교정책과 절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취임 첫해 외교정책을 되짚으며 전후 국제질서를 뒤엎는 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우선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 수호의 ‘첨병’ 역할을 자임해 온 나토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그는 앞서 5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새로 건립된 나토 본부 준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동맹국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한 두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새 나토 건물 바닥과 유리 벽을 ‘부동산 개발업자’의 눈으로 살피고는 “전부 유리네. 폭탄 한 방이면 가겠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곧이어 나토 회원국 정상들을 향해 “나토의 새 본부를 짓는데 어디에 얼마가 들었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름답다”고 연설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들이 각자의 의무에 부합하도록 공정한 몫의 부담을 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늘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뿐 아니라 유엔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도 너무 많다며 대폭 삭감 계획을 밝히고 한국 등에 대해서도 안보비용 분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자유무역협정(FTA) 파기까지 위협하는 등 철저한 손익계산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독특한 그의 캐릭터 때문에 외국 지도자들과 얽힌 일화도 많았다.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불화다. 두 사람의 대립은 첫 통화에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통화에서 서방 자유세계의 역할을 중시하는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독일 측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더불어 이후 백악관에서 독일 정부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난체하듯 가르치려 해 불쾌했다’는 식으로 항의를 해오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백악관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메르켈 총리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도 지난 5월 “남들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나갔다. 우리 유럽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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