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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만 돋운 애플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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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만 돋운 애플의 사과

입력
2017.12.29 15:4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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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문제로 소비자 실망” 성명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 미봉책

손배소 확산 한국도 7만명 넘어

2015년 9월 팀 쿡 애플 CEO가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발표하고 있다. 쿠퍼티노=AP 연합뉴스
2015년 9월 팀 쿡 애플 CEO가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발표하고 있다. 쿠퍼티노=AP 연합뉴스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나 전 세계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애플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와 함께 배터리 교체 비용을 대폭 인하하기로 했는데,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구형 배터리를 탑재한 아이폰의 성능 처리 방법과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일부 소비자들을 실망시켰다.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렸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논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애플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의 입장 발표는 지난 2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애플은 이달 중순부터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배터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스마트폰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20일 성명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성능을 조절했다”고 시인했다. 애플에 따르면 오래 써서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는 여러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서, 명령이 계속될 경우 과부하가 걸려 기기 전원이 갑자기 꺼질 수 있다. 이런 일을 막고자 2017년 이전 출시된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 아이폰7의 작업 속도를 지연시켰다는 게 애플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성능을 저하시킨 데 대해 소비자들은 공분했다. 애플의 설명이 나온 뒤 미국에서만 10건 안팎의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아이폰 이용자인 비올레타 마일리안은 지난 27일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9,999억달러(1,067조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소송에 가세했다. 28일부터 애플과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할 원고를 모집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29일 오후 5시30분쯤 신청자가 7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배터리 교체 비용을 내년 1월부터 79달러에서 29달러로 확 낮추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놨다. 국내 배터리 교체 비용도 10만원에서 3만4,000원으로 인하된다. 아울러 새 배터리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 버지는 “아이폰 초창기에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배터리에 관한 애플 태도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성난 소비자들을 달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누리의 조계창 변호사는 “보상 대책은 애플 행위의 위법성 수준과 고객들이 입은 피해, 특히 이미 배터리 교체 대신 기기 교체를 택한 고객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휘명의 박휘영 변호사는 “소비자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사안인 만큼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손괴죄 등에도 해당될 수 있어 경우에 따라 형사 고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비자 권리 침해 사실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애플코리아에 상황 설명을 요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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