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군인 유족이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보훈급여까지 받게 되자, 정부가 판결 집행을 중지해 ‘이중배상’을 막아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정부가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탓에 결국 이중배상을 할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정부가 사망한 군인 A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4월 선임병들로부터 폭행ㆍ협박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한 다음 날 여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2010년 10월 정부를 상대로 “부대 지휘관들이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해 자살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정부가 유족들에게 6,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 판결은 2011년 6월 항소심에서 확정됐다.
유족들은 또 2012년 7월 국가보훈처에 보훈보상(직무 도중 숨졌으나 그 직무가 국가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을 신청해 보훈급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중배상 문제가 발생했다. 국가배상법상 보훈급여를 받는 사람은 같은 사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정부는 뒤늦게 이를 파악해 “앞서 확정된 손해배상 판결을 집행하지 말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하지만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해당 소송의 변론 종결 이전에 이미 단서 규정에 따라 배제돼야 하는 사정이 존재했다”며 “정부가 이를 주장하지 않아 확정판결에서 손해배상을 명했다면 그 집행력 배제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보훈급여를 받을 대상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점은 정부가 미리 알 수 있었고 배상 판결이 나오기 전에 법원에 주장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어 재판부는 “유족들은 보훈급여 청구권과 손해배상 청구권을 모두 갖게 돼 이중배상의 우려가 생겼다”면서도 “이중배상의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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