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50) 남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 선수 교체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안고도 재미를 못보고 있다.
유 감독은 지난 28일 전주 KCC와 홈 경기를 앞두고 1순위 출신 조쉬 셀비(187㎝)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 감독은 “시즌 절반이 지났는데 공ㆍ수 모두 계획과 맞아가는 것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높이를 갖춘 팀을 상대로 열세를 보였던 것이 신경 쓰였다.
전자랜드는 ‘거인 군단’ KCC에 1승3패, 오세근(200㎝)이 버티는 안양 KGC인삼공사에 1승2패로 약했다. 28일 경기 때는 3쿼터 도중 상대 외국인 센터 찰스 로드의 퇴장에도 앞선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패했다. KGC인삼공사를 상대할 땐 오세근 수비에 애를 먹었다.
전자랜드의 토종 포워드진은 신장이 200㎝대로 높이가 좋다. 반면 외국인 선수들은 키가 작다. 장신 외국인 선수로 분류되는 브랜든 브라운도 194㎝에 불과하다. 키가 작은 것을 감수하고도 1순위로 셀비를 지명한 이유는 코트를 흔들어주며 결정적인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해결사로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셀비는 28경기에서 평균 16.9점 3.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기복이 워낙 심하다. 지난 22일 KGC인삼공사전에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유 감독은 “골 밑이 좋은 팀들을 만나면 버겁게 느껴진다”며 “셀비의 높이를 상쇄하느라 포워드진 체력도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한 카드는 언더사이즈 빅맨(193㎝ 이하 센터 자원)이다. 2순위 출신 디온테 버튼(원주 DB)이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황 속에 1순위 선수를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유 감독은 “결과로 볼 때는 결국 감독 책임”이라며 실패를 인정한 뒤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빨리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교체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두 세 경기 정도 셀비를 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마땅한 외국인 선수 대체 자원도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전자랜드는 30일과 31일 안방에서 DB와 창원 LG를 차례로 상대한다. 이번 홈 2연전을 통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