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퇴임식서
소송 절차 개선 필요성 강조
6년 임기를 마친 김용덕(60) 박보영(56) 대법관의 퇴임식이 29일 진행됐다. 두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대법원이 업무 가중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우려를 나타내며 해결책을 언급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김 대법관은 “대법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상고사건의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소송절차 개선방안을 한 가지 제안 드리고자 한다”며 “(대법원에 제출하는) 상고이유서를 상고장 제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원심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심사 절차를 원심법원에서 처리하도록 한 후, 심리에 적합한 상고사건 기록만 대법원에 송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받는 즉시 심리를 할 수 있어 심사 절차와 기간이 단축되고, 그로 인해 심사에 들던 대법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 내 최종ㆍ상급기관으로 막중한 의미와 역할을 갖는 대법원이지만 매년 증가하는 사건으로 인해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지시한 것이다.
박 대법관 역시 퇴임사를 통해 대법원 담당 사건 급증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박 대법관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엇이 정의인지를 밝히는 것을 주된 책무로 한다. 그러나 밀려드는 사건으로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법원은 “대법관, 재판연구관의 희생과 사명감에 기대기에는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한계를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제 기능을 못하면 법치주의 실현에 그만큼 차질이 생긴다”며 “국민의 권리구제에 소홀함이 없으면서도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용덕 대법관은 경기고 서울대 출신으로,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2012년 대법관에 올랐다. 박 대법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한 1987년 수원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법복을 벗고 8년간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11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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