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남 前원장 측근 파일 확보
실제 계약 여부는 확인 안돼
임종석 UAE행 연관성도 주목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 이명박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과정의 이면계약 여부에 관한 뒷조사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 UAE 원전 수주 이면계약 존재가 앞으로의 검찰 수사로 확인된다면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28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달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의 최측근인 오모씨로부터 남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정리해둔 문서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에는 남 전 원장이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초 청와대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원전 수주계약 과정에서 이면계약이 있었는지를 알아봐달라는 확인 요구를 받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 폐연료봉과 핵폐기물을 국내에 들여와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파악해달라는 것이었다. 남 전 원장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이 같은 확인 요청을 받은 뒤 당시 장호중(50ㆍ구속) 감찰실장에게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전 뒷조사 지시 의혹 대목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관여 등 적폐수사와 직접 관련된 조사 대상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실제 원전 수주 이면계약 의혹 뒷조사를 했는지, 관련 조사가 청와대로 보고된 것인지, 무엇보다 실제 이면계약이 존재했는지 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수사 의뢰가 오는 대로 의혹 규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말 한화로 47조원짜리 초대형 사업인 UAE 원전 4기 수주를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따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원전 핵폐기물 처리 책임은 한전이 맡도록 했다는 등의 이면계약 의혹이 제기돼왔다.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공개 UAE 방문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임 실장이 서동구 국정원 1차장과 동행했던 점에 비춰 이번 사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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