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 인터뷰
“지진 충격 이겨낸 도민에 감사…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성공 뿌듯”
한 해가 저문다. 어느 해보다 위기와 혼란 그리고 재도약을 위한 인내의 시간은 값졌다. 갑작스레 닥친 지진 재난도 도민들은 의연하고 슬기롭게 이겨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국가재조지운(國家再造之運)이라 말했듯이, 국가 위기 상황이었지만 나라를 다시 만들 운은 닿은 것이다. 위기의 순간순간에도 쉴 틈 없이 도정을 이끌어온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만나 올해를 결산하고 내년 계획을 들어봤다.
_올해 도정을 평가한다면.
“가장 매진했던 분야는 일자리였다. 경북도는 ‘일취월장 프로젝트’(일찍 취직해서 월급받아 장가 시집 가자)를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미스매치 해소, 취업지원,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북청년복지카드’는 1,800여명에게 일자리 복지혜택을 줬고, 올해 시범 운영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에는 10팀 모집에 62팀이 지원했다. 내년에도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확대 추진할 것이다. 도는 또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올해 4조6,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4차산업혁명전략위원회를 출범하여 조직을 정비하고, 스마트팩토리 육성, 빅데이터센터 개소, 3대 경량소재(탄소, 타이타늄, 경량알루미늄) 벨트 조성, 울릉도 자율주행차 도입, 백신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했다. 특히 영주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4세대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사업에 국비를 확보한 점은 경북의 미래 도약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농촌분야에서도 많은 사업을 추진했고 ‘문화발신국, 문화수출 1호’로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_분권형 개헌을 주장해오고 있다. 바람직한 개헌의 방향은.
“지방분권은 도지사 취임 때부터 줄기차게 이야기 해왔다. 중앙집권체제는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블랙홀이다. 117, 118조 단 두 조항에만 지방자치가 규정된 1987년의 헌법을 유지하는 것은 겨울 옷 입고 여름나는 꼴이다. 지방혁신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국내 100대 기업 중 86개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2015년 기술개발(R&D)·문화시설이 각각 67%나 집중됐다. 전국의 20대 대학 중 80%가 수도권에 있다. 지방분권시대의 시작은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풀어갈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프랑스와 같이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공화국’이라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동등한 지위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헌법적 근거 마련을 통한 ‘2국무회의’ 도입으로 가능하다.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근거도 헌법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는 외교, 안보, 교육 등 거시적·통일적 분야에 집중하고, 지방은 현장 중심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
_청년 일자리 창출 성과와 향후 계획은.
“경북도는 청년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청년정책관’을 지난 7월 신설하고 ‘경북도 청년창업지원 조례’와 ‘경북도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두 번의 일자리 추경을 통해 청년 예산도 대폭 증가시켰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경북의 청년 실업률은 6.4%를 기록하여 전국 평균 9.3%에 비해 2.9%나 낮은 성과를 냈다. 이는 작년 동기 10.7%보다도 크게 낮은 수치다. 11월까지 청년일자리 창출 실적도 1만1,650여개로 올해 목표치인 1만2,000개 달성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 ‘청년커플창업 지원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 사업은 1인당 3,000만원씩, 커플에게는 6,000만원의 창업자금을 3년간 지원하며 자녀 출산시 추가로 200만원을 지원한다. 또 지역의 거점대학, 대구경북연구원, 경북도경제진흥원을 연계하여 관학연 협력체계인 지방소멸대응 청년정책거버넌스가 운영된다. 청년 유입과 청년 일자리 등의 정책 연구, 정책 기획, 행정 집행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_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방재 대책은.
“이번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피해는 더 컸다. 작년과 달리 진원의 깊이가 낮고, 진앙지 인근에 도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12일 지진 이후 도 차원의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시설물 내진 보강이다. 도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하고 내진설계 현황을 파악할 것이다. 활성단층이 분포되어 있는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내진보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 민간시설물 내진 보강 향상을 위해 건축물 내진보강 가이드라인 배포, 지진대피 순회교육,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주민대피훈련을 지속 추진하겠다.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유관기관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업체계 구축으로 지진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또 이재민 지원시스템을 재점검할 것이다. 재해약자 지원체계를 별도로 마련하고, 대피소 설치·운영, 이재민 관리 등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다. 경북에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해야 한다. 연구원 차원에서 단층 연구와 지진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해서 지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_도청 신도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기 정착과 활성화 대책은.
“2010년부터 시작한 도청 신도시 조성 사업이 올해로 1단계를 마무리했다. 행정기관과 유관기관이 들어서고 주거시설도 늘어나 자립도시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신도시 정착과 활성화의 키는 정주 인프라를 개선하여, 인구유입을 늘리는 데 있다. 현재 신도시 내 실제거주인구는 4,400여세대, 1만여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전 완료한 30개 기관을 포함해 69개 기관이 신도시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를 포함해 5개 교육시설이 늘어나 모두 20개의 교육시설을 갖추게 된다. 개인병원들도 입점하고 있다. 내년에 도서관과 영화관이 들어서고, 2020년에는 수변생태공원도 조성된다. 편의시설은 현재 은행, 마트, 음식점 등 281개소에 이른다. 교통망도 중요하다. 올해 안동, 예천 방면 노선 개통과 함께 내년 국도28호선과 지방도 916호선을 잇는 2개 노선을 확충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신도시 진입도로가 총 8개가 된다. 단기적으로는 북부의 한방자원과 식물자원을 활용하여 지역특화산업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R&D와 지역특화산업을 연계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_대구공항 통합이전 효과 극대화 방안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지역의 역사를 바꾸는 중차대한 사업이다. 11.7㎢ 면적에 7조2,465억원이 투자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경북도청 이전과 함께 대구공항 통합이전으로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뒷받침할 항공 관문을 마련할 것이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공조를 통해 대구~공항간 공항철도와 중앙선, 경부선과 연결되는 철도를 설치하고, 이어지는 구간에 광역도로를 설치하며 도로를 확장해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다. 군사 공항은 군인 거주지를 영외에 설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 민간 공항의 활주로는 영미권 운행이 가능한 3,500m 규모로 설치해 인천공항과 함께 대한민국의 핵심 공항이 되게 된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생산유발 효과는 12조1,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은 5조5,000억원, 취업 유발도 12만1,000여명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주민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지원 대책과 함께 큰 틀에서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
_내년 역점 추진사업은.
“내년에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소개한 내용 말고도 ‘중소기업 인턴사원제’, ‘청년무역인력 양성’, ‘해외취업 지원’ 등을 확대하고, 신규 사업으로 ‘청년커플 창업 지원’, ‘지방소멸 청년정책 아카데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로운 동해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환동해지역본부’를 조기 설치하겠다. 동해 중부선·남부선 철도,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영일만항 국제여객선 부두와 건설중인 울진 후포 마리나항을 연계하여 관광 상품도 개발하겠다. 아울러 해양자원의 보고인 독도를 지키는 일에도 국제 연대를 통해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권역별 전략산업 육성도 계속하겠다. 재난 안전 분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재난 현장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250억원의 국비도 확보했다.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도 포항과 경주 지진 대응 경험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하겠다.”
_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각오는.
“최근 지진을 비롯해서 AI, 구제역, 우박 등 많은 재난과 위기가 있었지만 도민들이 함께 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말이 있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앞에서 밝힌 여러 계획을 잘 추진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 2018년 무술년도 도민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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