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리 무트코(59) 러시아 체육 담당 부총리가 러시아 축구협회장직을 6개월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에 2018 러시아월드컵 조직위원장에서도 사임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매체 R-SPORT 등 외신에 따르면 무트코 부총리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이제 정부 일에 집중하겠다”며 월드컵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후임으로 알렉세이 소로킨(45)을 지명했다. 소로킨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이다. 이에 대해 FIFA는 “그간 대회준비에 힘써준 것에 감사한다”며 “새 위원장과 함께 멋진 월드컵을 치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월드컵 조직위 또한 성명을 내고 “월드컵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트코 부총리의 이번 사퇴는 월드컵 조직위원장직은 유지하겠고 나선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 주도의 도핑 파문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영구제명 조치를 당한 무트코 부총리는 지난 25일 이 조치에 대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장 직에 대해선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뒤이어 전 러시아반도핑기구 모스크바 연구소장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의 변호사가 “러시아 축구 선수들의 도핑 정보도 갖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이에 압박을 받은 무트코 부총리가 월드컵 조직위원장직을 내려놓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파문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IOC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6 리우하계올림픽에서 도핑 조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들의 메달을 무더기로 박탈하고 올림픽에서 영구히 추방했다. 앞서 국제육상연맹(IAAF)도 러시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더해 2016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러시아 축구 대표선수들이 도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러시아 체육계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